어릴 적, 기도 중간에 실눈을 뜨고 기도하는 사람 얼굴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쏟아지는 소망의 내용이 길수록 사람은 저마다 절박함이 깊구나 싶어 가슴이 울렁였다. 그때 내 기도는 주로 원하는 물건 목록이었다. 간절함을 담아 기도하면 이루어진다고 믿은 어린 신앙은 점점 물건뿐 아니라,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소망으로 이어졌다. 직장인이 되자 기도 시간만큼 한탄의 목록도 길어졌다. 문학 공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면, IMF만 없었다면, 집을 샀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거라 원망한 것이다. 하지만 야근 때문에 늦잠을 자고 코앞에서 놓친 버스 앞에서 나는 ‘그 장애물 자체가 내 삶’이란 걸 깨달았다. 그러니 지금까지 내 간절한 기도의 내용은 모두 틀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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