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코엑스 전시장.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인 램리서치의 수장 팀 아처 CEO는 '세미콘 코리아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램리서치는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사로 시가총액 2941억달러(약 424조 원), 연매출 188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하는 회사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핵심 장비 공급사이기도 하죠.
램리서치 CEO와의 대화에서 △차세대 HBM·D램에 쓰이는 식각 장비 개발 현황 △반도체 장비와 로보틱스 적용 △한국 공급망 관리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차세대 장비 시장 경쟁
Q. 극저온 장비는 요즘 식각 업계에서 상당히 뜨거운 이슈 같습니다. 경쟁사의 진입이 수년째 아주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램리서치는 식각 강자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있고요. 특히 한국의 V10 낸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저온 식각 장비 경쟁 현황은 어떻습니까?
A. 램리서치는 크라이오(Cryo·Cryogenic은 '극저온') 3.0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극저온 '3세대' 기술이라는 의미인데요. 처음이 아니라 굉장히 오랫동안 적용을 해왔던 노하우가 있다는 방증이죠. 홀 에칭과 테이퍼링(tapering) 같이 수직으로 뚫는 기술 자체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꼭 V10 낸드 제조사에 한정하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Q. 경쟁사 진입을 위협으로 느끼지는 않나요?
A. 기술 경쟁은 항상 거세죠. 특히 차세대 기술 경쟁은 더 극심합니다. 램리서치는 45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축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KTC와 벨로티시 랩 같은 설비를 통해 속도를 높이려고 합니다. 목표는 다 같지만, 가장 먼저 깃발을 꽂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고요.
또한 장비 개발은 물론 고객사에 설치돼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 즉 end-to-end로 커버를 하고 있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신뢰성과 생산성을 높여주지 않는다면 뛰어난 장비가 개발되더라도 의미가 없겠죠.
Q. 당신은 최근 컨퍼런스 콜을 통해 최신 유전체 식각(conductor etch) 장비인 '아카라(Akara)'에 대해 많은 언급을 했습니다.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에서 아카라가 들어가는 식각 공정이 7세대(1d) D램에 들어서면 3배나 늘어난다고요. 이 장비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A. 독보적이라고 봅니다. 두 가지 독보적 기술이 있습니다. 첫째는 물리적 RF 매치가 필요 없는 다이렉트 드라이브(DD) 방식으로, 플라즈마 전력을 500배 빠르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템포 플라즈마 펄싱 기술로, 전력을 미세하게 제어해 웨이퍼 표면의 플라즈마를 정교하게 조작합니다.
Q. 한국에서는 HBM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주력 메모리 제품이자 AI 업계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기 때문인데요. 램리서치는 전(前)공정 장비로는 유명한데, 막상 HBM 패키징 장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HBM 장비 분야에 램리서치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요?
A. TSV와 구리 도금(Copper plating), 유전체 갭필(Gap fill)에서 저희가 리더입니다. 식각에서는 실리콘 전공정에서의 전문성을 쌓아온 역사가 굉장히 깊고, 구리 도금의 경우에도 20년 이상 모든 종류의 소자에서 리더십을 유지해왔습니다.
Q. 점유율이 '압도적'인가요?
A. ‘압도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지만, 두 애플리케이션에서 선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벨로시티 랩 신설
Q. 한국에 세우겠다는 '벨로시티 랩' 신규 설립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2023년 용인에 세워진 코리아 테크놀로지 센터(KTC)가 1단계라면 벨로시티 랩은 다음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KTC가 제조 시설에 들어가는 장비와 향후 1~5년 내 적용될 기술 개발시간을 2~2.5배 앞당길 공간이라면요. 벨로시티 랩은 5~10년 후 차세대 기술을 위한 공간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에 대해 하드웨어·소재 납품사·고객사가 함께 연구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라인에 들어가는 풀 사이즈 기계가 아니라 소형화된 규모에서 화학 물질, 소재, 하드웨어를 빠르게 변경하며 실험할 수 있는 프로토타이핑 전용 설비입니다.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죠.
Q. 글로벌 최초로 시도되는 사이트인가요?
A. 미국에는 이미 관련 랩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외 지역으론 한국이 처음입니다.
Q. KTC 사이트 확장의 일환으로 보면 될까요? A.
Q. 그렇다면 어떤 장비나 부품이 연구될지 확정됐나요? A.
Q. 벨로시티 랩 설립은 고객사 요청 때문인가요, 아니면 공급망 강화 차원인가요?
A. 램리서치가 주도한 결정이라고 보면 되고요. 목표는 혁신 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풀 사이즈 장비에 큰 예산과 시간을 투자하기 전에, 작은 규모로 시도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했습니다.
물론 고객사들의 '빠르게 혁신을 해달라'는 요청도 있습니다. 과거에 2년 주기였던 칩 개발 속도가 1년 주기로 단축되고 있어서인데요. 이런 AI 산업의 빠른 변화속도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 내 생산 능력 확대
Q. 당신은 지난달 열린 램리서치의 컨퍼런스 콜에서 램리서치의 장비 '생산 능력'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엔 한국도 포함되나요? A.
올해 램리서치의 목표는 시장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것입니다. 웨이퍼 제조 장비 시장은 올해 22~23% 성장이 예상됩니다. 램리서치는 이를 상회하는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한국 뿐만이 아니라 모든 거점에서 생산 능력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어떤 장비가 생산되고 그 장비 수요가 어느정도 증가하는지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한국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한국에서 생산 능력을 늘린다고 해석되기는 하는데요?
A. 네, 사실 생산 능력 증대는 '아웃풋'이 늘어난다는 의미라서요. 기존과 (공장 면적과 같은) 숫자가 같다고 하더라도 효율성·생산 속도가 높아지면 전체 생산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낼수 있기 때문에 생산능력이 늘어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Q. 세미콘코리아 2026 기조 연설에서 자율운영 팹도 언급해주셨는데요. 램리서치의 생산량 증대를 위해서도 활용되는 건가요?
A. 사실 키노트 연설에서 언급한 자율운영 팹은 고객사 시설에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크게 두 가지 콘셉트다. 첫째는 장비 지능(Equipment Intelligence)으로, 장비에 각종 센서를 장착해 정비 시점 등을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둘째는 램리서치가 개발한 덱스트로(Dextro)라는 협동 로봇으로, 각종 장비 관리와 정비를 수행하며 장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Q. 램리서치 장비 생산 거점의 큰 축으로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두 공장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근본적인 능력 차이는 없습니다. 고객과의 근접성, 공급망과의 근접성을 기준으로 생산 제품을 배치합니다. 램리서치의 모든 생산 거점은 하이테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생산 차질 시 다른 지역에서 대체 생산이 가능합니다.
로봇에 꽂힌 장비사 CEO
Q. 로봇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반도체 업계에는 당신이 로봇 기술에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쫙 퍼져있습니다. 반도체 생산 라인에 있던 장비가 그동안 사람의 손을 거쳐 수리·정비됐지만, 이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죠? 로봇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람이 해왔던 반복적이고 재미없으면서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더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고, 엔지니어는 개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윈윈이죠. 실제 결과물이 좋고 엔지니어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또 우리가 제조에 관여하는 칩이나 메모리가 로봇에 적용되는 점도 회사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Q. 덱스트로라는 램리서치의 로봇은 자체 개발하셨나요? A.
Q.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로봇에 대해 요구하는 것과 현재 도입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램리서치의 협동로봇이 너무 효과적이라는 답변을 줬습니다. 각종 변수가 줄어들고 수율까지 높여진다는 거죠. 협동로봇은 변수를 줄이면서 설비 보수에 필요한 시간을 줄여주거든요. 로봇 팔은 소모성 부품을 갈아끼우는 정확도가 손보다 2배 높습니다.
2024년 덱스트로를 처음 라인에 도입할 당시에는 딱 하나의 램리서치 장비에만 적용됐지만, 현재는 6개까지 확대됐습니다.
3년 내 램리서치가 생산하는 전체 장비의 80% 정도를 협동로봇이 유지보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중국 시장
Q. 중국 장비 업체들의 기술력 상승에 대한 우려는 없습니까?
A. 모든 시장에는 경쟁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고, 우리는 중국에서 고객과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독특한 시장입니다.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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