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랍에미리트(UAE)는 중동 최대 첨단 스마트 도시 건설과 함께 바이오·의료산업을 미래 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과거 UAE의 의료산업이 의료 관광과 기초 의료 서비스 확장에 집중됐다면 현재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제약, 정밀의료 및 스마트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산업 전반을 혁신하고 있으며,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의료산업 중심지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특히 국영 의료 기술 기업 M42 설립은 UAE가 세계 의료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M42는 2022년 아부다비 국부펀드(무바달라 헬스)와 AI 의료 기술 선도 기업 G42헬스케어의 합병을 통해 설립됐다. 26개국에서 480여 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연간 1500만 명 이상의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대형 의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바이오 및 제약 기업들은 UAE를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 의료시장의 허브로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UAE 정부 역시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매년 2월 열리는 ‘아랍 헬스’(중동 최대 의료기기·기술 전시회)와 ‘AEEDC 두바이’(세계 2위 치과산업 전시회)는 UAE의 글로벌 의료산업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마다 규모가 커지며 전 세계 주요 의료 기업이 몰려드는 글로벌 바이오·의료산업의 핵심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UAE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4.8% 커져 74억7400만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의료기기 시장 역시 연평균 4.3% 성장해 14억7219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UAE는 의료 관광과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AI 기반 의료 기술 도입, 디지털 병원 운영, 바이오제약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 등이 활발하게 이뤄져 이제 중동을 넘어 독립적인 글로벌 의료시장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한국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UAE 진출이 늘어나며 한국 의료 기술의 신뢰도와 우수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UAE 왕실과 주요 인사들이 한국 의료진과의 협력을 선호해 한국 의료기관의 현지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 2월 UAE의 보건 정책이 변경돼 한국 의사의 현지 자격 면허 등급이 기존 2등급에서 미국 유럽 등 선진 의료 6개국과 동일한 1등급으로 격상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기존 칼리파 서울대병원에 이어 아산병원의 UAE 추가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보톡스 업체의 현지 공장 설립과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병원 위탁 운영과 의료진 파견 중심에서 이제는 AI, 바이오, 정밀의료, 스마트 헬스케어 등으로 협력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UAE가 세계 의료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한국 의료산업과의 협력 확대는 양국 모두에 중요한 경제적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 AI 의료 기술,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정밀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한다면 한국 의료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M42 및 UAE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면 중동 시장에서 의료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