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탄핵심판 후 정치권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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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기의 개똥法학] 탄핵심판 후 정치권의 과제

최근 몇 달간 정치권 및 법조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는 이제 헌법재판소의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헌재가 판단하겠지만 결론과는 무관하게 이번 탄핵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대통령 측 대리인의 변론 전략이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심판 과정 내내 특정 재판관 기피 신청, 회피 촉구 신청 등을 하며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았고, 절차 진행에 관해 일일이 이의를 제기하며 심리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법정 밖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모를까 탄핵심판청구를 기각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는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불복도 불가능한 헌법재판에서 재판관의 성향과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 측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재판관의 입지만 약하게 만들 뿐이다. 스포츠 경기 내내 심판과 싸우는 것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과연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 보자.

둘째,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다. 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국적으로 헌법을 개정해 임명 절차를 바꿔야 한다. 현재 재판관 9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되,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지금의 3부 선출형 임명 방식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특히 임명권자에 의한 독단적인 지명(임명)을 막기 어렵다. 독일에서는 상원과 하원에서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을 2분의 1씩 선출하는데,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선출기관에서 가중다수인 3분의 2의 동의를 얻도록 해 다수당과 소수당이 모두 재판관 선출에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임명권자(지명권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 또는 이들과 동일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재판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데, 독일과 같이 임명 절차를 개정하면 소수당도 전체 재판관 임명에 일종의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법조계 내부에서 신망이 높고 정치적으로도 중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재판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속된 말로 누군가에게 줄을 서야 재판관이 될 수 있는 제도보다는 누구에게도 비토를 당하지 않아야 재판관이 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권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법에 대한 존중이다. 며칠 후면 탄핵심판청구에 대한 헌재의 결론이 나올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헌재의 최종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이에 승복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헌법재판관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임명된 이들이다.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에 문제가 있다면 향후 임명 절차를 개선하면 될 일이지 기존 제도로 재판관이 된 사람을 공격하며 헌재의 결정을 비난할 것은 아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국가적 혼란 앞에서 많은 정치인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치를 강조하고 있으며,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결과를 떠나 이제는 정치권이 개헌 등을 포함한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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