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가자! 가자! 저 자유의 땅에! 억센 팔과 다리로/수천 년 이어온 생산의 힘으로 새 세상 만들어내리"('선언2' 중에서)
'저 평등의 땅에', '선언 1, 2' 등 민중가요를 만든 작곡가 겸 컴퓨터 프로그래머 류형수 전 셀인셀즈 기술이사가 지난 3일 오후 8시34분께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4일 전했다. 향년 58세.
1967년 9월1일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구 덕원고를 졸업하고, 1985년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와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노문연)의 노래패 '새벽'에서 활동했다. 서울대에서 제적당한 후 한양대 작곡과로 입학했으나 졸업하진 않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게임 '용쟁화투'나 초창기 안드로이드폰에 아이폰과 같은 터치감을 제공한 앱 '하이퍼터치'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AI에 관심을 쏟았고, 바이오벤처 셀인셀즈의 기술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저 평등의 땅에', '너를 위하여', '선언 1, 2', '철의 기지' 등을 작사·작곡했다. 대부분의 '운동권 가요'가 행진곡풍이었던 것과 달리 고인이 만든 노래는 클래식 기법을 따랐고, 신시사이저 등을 이용해 여러 변주를 시도했다. 1988년 6·10 민주화 항쟁 1주기를 맞아 '새벽'이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개최한 공연 '저 평등의 땅에'를 주도했다.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2집'에 참여했다. '살다보면'으로 유명한 가수 권진원이 당시 고인이 작사·작곡한 노래 '저 평등의 땅에'를 불렀다.
최근에는 가수 윤선애가 부른 '낭만아줌마'(2017)를 만들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 '류형수 테레비'를 통해 자신이 만든 곡을 발표했다. 2023년 6월 자신의 곡으로 공연하고 음반을 냈다. 공연과 음반 제목은 '하루'였다.
'메아리' 동료인 영화평론가 이안씨는 "'286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테트리스'나 '핑퐁' 같은 게임이 너무 어렵다고 불평했더니 일주일 만에 훨씬 느리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준 적도 있었다"며 "음악뿐만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등 다방면에 걸쳐서 '천재'라는 말이 어울리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역시 '메아리' 활동을 함께 한 가수 윤선애씨도 "추운 겨울에 신시사이저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시간이고 뭔가 작업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른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유족은 부인 전미정씨와 사이에 2남(류광민·류경필)이 있다. 빈소는 보라매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6일 오전 8시30분, 장지 청아공원. ☎ 02-830-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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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04 15: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