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
그러나 소설은 이들에게 다른 방식의 역사-시간을 부여한다. 도입부에서 장황하게 펼쳐지는 ‘두 사람’의 역사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거치고 컨츄리 꼬꼬와 다이나믹 듀오를 지나 진주와 니콜라이에게로 가닿는다. 이 시퀀스에서 주목할 점은 그 주인공들이 혁명가도, 세계적인 스타도, 천재 공학도도, 대중문화 아이콘도 아닌 진주와 니콜라이라는 것이다.
소설은 답보 상태를 사는 이들에게도 역사는 있다고 말한다. 진주와 니콜라이는 정상성의 시계에 생애를 맞추기 보다 느슨하게 삶을 이어가는 태도로써 사람, 사물, 상황과 ‘친한 사이’ 하는 방법을 발명한다. 두 사람의 삶은 흐릿하고 느리게, 또 어쩌면 거꾸로일지라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은 사실, 아주 많다.
정의정 문학평론가·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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