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개입 아닌 '자본시장 개혁·투자환경 조성' 힘써야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1980년대 중후반 저달러·저유가·저금리의 3저 호황 당시에는 자동차와 가전, 섬유와 같은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였다. 기업들이 이를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면 시중에 달러가 넘쳐났다. 원화 가치가 높아져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수출이 흑자를 내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고, 환율은 안정되는 단순한 구조였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장중 코스피가 8천선을 회복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이 표시돼 있다. 2026.6.9ksm7976@yna.co.kr
# 2026년 외환시장에서 이런 공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외환시장을 둘러싼 변수들이 다양해졌다. 투자자금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각국의 금리 상황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최근 이란전쟁 여파로 국제유가 급등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달러'로 이동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올해 이란전쟁 모두 같은 흐름이다.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서비스업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더구나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높은 상황이다.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엔화, 위안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도 동반 약세를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자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는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118조원 넘게 팔아 치웠다.
무엇보다 과거와 다른 점은 원화 수요가 줄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해외자산 투자가 확대되고,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졌다.
해외에 공장을 둔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들여와 환전하지 않고 예금으로 묶어두는 경향도 엿보인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세계경제 불안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달러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합리적인 전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화'가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 것이다.
이미지 확대
(영종도=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미국 금리인상 전망과 미·이란 종전 불확실성 속에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9일 인천국제공항 내 은행 환전소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6.6.9
hwayoung7@yna.co.kr
# 최근 환율 상승은 보유외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수출 호황으로 달러는 풍부하고, 경제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천500억달러로 직전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작년(1천231억달러)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대비 원/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처럼 환율 공식이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해지면서 우리 당국의 대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국의 대응 방식이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곤란하다. 특히 기업, 연기금,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달러 수요가 늘고 원화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과거처럼 당국이 달러를 풀거나 구두 개입에 나서는 등 무한정 개입하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도 '국장'(국내 주식·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기업가치 개선 등으로 국내 자본시장 매력도를 더 높여야 한다. 자본시장 개혁이 늦어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면 수출이 아무리 좋아도 원화 약세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투자하도록 '기업하기 좋은 투자환경'을 만드는 것도 장기적인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indig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10일 07시07분 송고



![[시간들] 박정희도 못 건드린 선관위, 독립이 부른 무능의 덫](https://img0.yna.co.kr/etc/inner/KR/2026/06/09/AKR20260609092400546_01_i_P4.jpg)




![[이런말저런글] 들이켜다 들이키다, 들르다 들리다](https://img6.yna.co.kr/etc/inner/KR/2026/06/09/AKR20260609096200546_01_i_P4.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