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역대 4번째 마스터스 2연패 달성…북아일랜드 천재소년, 골프 전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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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18번홀에서 마스터스 2연패를 달성한 뒤 두 팔을 뻗으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18번홀에서 마스터스 2연패를 달성한 뒤 두 팔을 뻗으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아일랜드 홀리우드의 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은 두 살 때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다. 네 살 무렵 집 복도에서 세탁기 안으로 칩샷을 집어넣으며 놀던 아이는 자기 방 벽면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1·미국)의 사진을 가득 붙여놓고 그를 동경했다. 열 살이 된 어느 날, 소년은 우즈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 당신을 잡으러 간다. 지켜봐라.”

소년의 이름은 로리 매킬로이(37·북아일랜드). 그로부터 27년이 지나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으로 우즈의 뒤를 이어 역대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된 그는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2연패라는 대기록을 썼다. 닉 팔도(잉글랜드), 잭 니클라우스(미국), 우즈에 이어 대회 역사상 네 번째 기록이자 자신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30승이자 메이저 대회 6번째 우승이다. 우즈가 물러나며 한 시대가 저문 사이, 매킬로이는 스스로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 오거스타, 좌절의 땅에서 전설의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폐쇄적인 골프장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에는 매킬로이의 아픔과 영광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1년 전 이맘때, 매킬로이는 17번째 도전 끝에 마스터스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당시 그는 그간의 좌절과 회한을 토해내듯 그린에 엎드려 울음을 쏟아냈다.

로리 매킬로이의 딸 포피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마스터스 우승컵을 머리위에 얹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의 딸 포피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마스터스 우승컵을 머리위에 얹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단 1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선 이날은 달랐다. 18번 홀(파4) 그린 위, 단 한 뼘 거리의 보기 퍼트를 남겨두고 동반자 캐머런 영(미국)의 파 퍼트를 기다리며 편안한 미소를 머금었고, 우승 확정 직후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2024년까지 오거스타 내셔널은 매킬로이에게 유독 엄격했다. 수많은 도전에도 좀처럼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17번째 도전이었던 지난해에도 연장전까지 치르고서야 비로소 그린 재킷을 내주었다. 너무나 간절했기에 더 큰 부담에 발이 묶였던 매킬로이가 보이지 않는 족쇄에서 완전히 풀려난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매킬로이는 골프의 변덕스러운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1·2라운드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치며 6타 차 선두로 나섰지만, 3라운드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1타를 잃고 공동 선두로 내려앉았다. 매킬로이는 “골프는 샷과 샷 사이, 라운드와 라운드 사이의 간격이 길어 생각할 시간이 많기에 정신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스포츠”라며 “나흘 동안 같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로리 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12번홀에서 호건브리지를 건너고 있다.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로리 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12번홀에서 호건브리지를 건너고 있다.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최종 라운드 출발도 좋지 않았다. 4번 홀(파3) 더블 보기와 6번 홀(파3) 보기로 한때 9언더파까지 순위가 밀렸다. 하지만 7번 홀 버디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한 그는 후반 11개 홀에서 4타를 줄이며 선두를 탈환했다. 마지막 18번 홀, 티샷이 오른쪽 나무 아래로 크게 밀려 위기를 맞았지만 그는 침착했다. 작년 1타 차 선두였던 긴박한 상황과 달리, 올해는 2타 차 여유가 있었고 우승의 경험이 그를 지탱했다. 매킬로이는 보기로 홀을 마무리하며 편안하게 2연패를 달성했다.

위기의 순간 매킬로이를 지켜준 것은 “이 코스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는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며 “이 코스를 통해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진리를 배웠다”고 미소 지었다. 초반에 타수를 잃었을 때도 그는 ‘전반에 이븐파까지만 만들면 후반에 기회가 올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는 "시간을 투자하고 옳은 일에 매진한다면 결국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얻었다"고 설명했다.

로리 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마스터스 2연패 성공 뒤 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건네는 그린재킷을 입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마스터스 2연패 성공 뒤 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건네는 그린재킷을 입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2연패, 여정의 끝 아닌 과정"
매킬로이가 전설로 등극하는 순간, 18번 홀 그린에는 그의 부모님과 아내 에리카, 딸 포피가 있었다. 아버지 게리는 바텐더 등 세 가지 직업을 뛰며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했고, 어머니 로지도 공장 야간 근무를 자원하며 아들의 꿈을 뒷받침했다.

매킬로이는 붉어진 눈시울로 부모님께 감사를 전했다. 그는 “작년에 어머니가 안 계셔서 우승한 것 같다며 올해 오는 걸 꺼리셨는데, 어머니 앞에서 우승하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며 “딸 포피에게 당신들의 반만큼이라도 되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 그린 재킷을 입고 오거스타로 돌아왔던 매킬로이는 그 재킷을 다시 입고 떠났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회장이 재킷을 입혀주자 그는 “정말 딱 맞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우승은 여정의 끝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한 매킬로이. 새로운 골프 전설이 써 내려갈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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