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통역에서 폴란드 대표 코치로…야구인 하승준의 이색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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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령탑 출신 맥라렌 감독 보좌하는 폴란드 대표팀 코치

이미지 확대 맥라렌(왼쪽) 폴란드 야구대표팀 감독과 하승준 코치

맥라렌(왼쪽) 폴란드 야구대표팀 감독과 하승준 코치

[하승준 폴란드 야구대표팀 코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야구 불모지 폴란드는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령탑 출신이자 중국 야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존 맥라렌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다.

맥라렌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는 '한국인'이다.

하승준 폴란드 대표팀 코치는 맥라렌 감독과 함께 국제대회에 나섰다.

폴란드는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대회' 프라하 베이스볼위크 B조에서 2승 1패로, 스위스(3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폴란드 야구를 지원하는 폴란드계 미국인 사업가 폴 브라길은 '폴란드 야구 발전에 힘쓰는 한국 지도자가 있다'는 걸 한국에도 알리고 싶어 했다.

폴란드 대표팀 단장이기도 한 브라길은 "하승준 코치의 영입을 통해 한국 야구와 인연을 맺어 기쁘다"며 "야구가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폴란드는 야구의 선수 수준, 팬 문화 등을 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한다. 하승준 코치와 같은 한국 야구인이 폴란드에 와서 야구와 문화를 전수하는 사례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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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야구대표팀

[하승준 폴란드 야구대표팀 코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승준 코치는 2023년부터 폴란드 야구클럽 카토비체 라바의 감독 겸 선수로 뛰고 있다.

카토비체는 성인팀, 15세 이하, 12세 이하, 소프트볼팀을 보유한 '전문 야구팀'이다.

하지만, 프로 리그가 없는 폴란드에서는 야구 선수로 생계를 꾸릴 수 없다.

하승준 코치도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평일 저녁과 주말에 선수들을 가르치고 폴란드 리그 경기를 치렀다.

하 코치는 1일 연합뉴스에 "'한국식'으로 기본기부터 가르쳤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훈련 시간을 늘려 점점 기본기가 좋아졌고 실력과 자신감이 점점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야구계'에 하 코치에 관한 소문이 퍼졌고, 대표팀 관계자는 하 코치에게 국가대표 훈련 지원을 요청했다.

훈련을 시작한 뒤에는 맥라렌 감독과 브라길 단장이 대표팀 코치 합류를 제안했다.

결국 하 코치는 폴란드 국가대표 코치로 국제대회 프라하 베이스볼위크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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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야구대표팀 코치진

오른쪽이 하승준 코치. [하승준 폴란드 야구대표팀 코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맥라렌 감독과 훈련하고 경기를 치른 경험은 하 코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맥라렌 감독은 MLB 시애틀 매리너스, 워싱턴 내셔널스 사령탑으로 일했다. 야구 불모지 중국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중동 야구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하 코치는 "최고의 리그, 신생 리그, 국제대회를 모두 경험한 맥라렌 감독과 같은 팀에서 뛰었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라며 "70세가 넘었는데도 맥라렌 감독은 무척 활동적이다. 선수들에게 허슬과 기본기를 강조한다"고 전했다.

이어 "집에 맥라렌 감독을 초대한 적이 있다. MLB와 두바이 리그 등에서 겪은 일을 소개하시면서, 허구연 KBO 총재와의 에피소드도 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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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야구대표팀

[하승준 폴란드 야구대표팀 코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교 때까지 야구 선수로 뛰며 프로 입단을 꿈꾸던 하승준 코치는 부상 탓에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인으로 살고 싶다'는 목표를 가슴에 품었다.

대학에서 영어 공부에 집중한 그는 2014년 롯데 자이언츠에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입사해 크리스 옥스프링, 쉐인 유먼의 한국 생활을 도왔다.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고 프로야구단 멤버라는 소속감까지 느낄 수 있는 직업이었지만, 하 코치는 새로운 꿈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2015년 오스트리아 세미프로리그 다이빙 덕스 총감독으로 부임해 '풍운아' 최향남을 영입하며 눈길을 끌었던 하 코치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귀국했지만, 다시 폴란드로 떠나 클럽팀의 감독, 대표팀의 코치가 됐다.

하 코치는 "폴란드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랭킹 65위에 머물고 있지만, 야구 발전을 위해 많은 분이 애쓰고 있다"며 "나는 더 나아가 폴란드에 한국 야구의 DNA를 심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 하 코치는 국가대표 감독과 단장이 인정하는 '폴란드 야구에서 무척 중요한 인물'이 됐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1일 08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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