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전세대출 보증 축소, 임대차 시장 선진화의 첫걸음 돼야

4 weeks ago 6

100% 보증이 전세금 상승-대출 증가 불러
정부가 사적 계약에 깊숙이 개입해 시장 왜곡
주거 선택권 넓히되 안정 지원하는 정책 필요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최근 정부가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를 발표했다. 핵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현행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다. 그동안 전세대출의 전액을 정부가 보증해 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10%는 금융기관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세입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보증 한도를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한층 엄격한 관리를 통해 공적 보증기관의 건전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전세대출 보증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는 무엇일까.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가 목적이라면 그 효과는 실제 나타났을까. 결론적으로, 정부의 전세대출 보증 제도는 오히려 전세금 상승을 부추긴다. 이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 효과를 감소시키고 오히려 수도권에서는 주거비 부담을 늘린다. 아울러 공적 보증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보증 손실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HUG는 전세사기 및 전세보증 사고로 2024년에 지급한 대위변제액이 전년 대비 12% 상승한 약 4조 원에 달했다.

우선, 전세대출은 정부의 보증을 통해 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2024년 8월 기준 전세대출 금리는 3.82%로, 신용대출 금리 5.65%보다 1.83%포인트 낮다. 이는 세입자의 주거비가 절감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공적 보증에 의한 전세대출 수요 증가가 시장 전체에서 전세금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공적 보증기관에 의한 금리 혜택이 실질적인 주거비 절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수도권에서는 보증부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면 주거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공적 보증이 3.8% 증가하면 전세금은 8.21% 오르고 수도권의 주거비 부담은 오히려 월 3만 원 늘었다.

한편 전세대출 잔액은 2008년 3000억 원에서 2016년 말 36조 원, 2022년 말에는 170조 원까지 급증했고 현재는 200조 원을 웃돌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아파트 전세금이 2016년 2억5000만 원에서 이후 지금까지 3억4000만 원대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대출 잔액이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대출 증가 추세는 전세시장 내 수요를 유발하며 전세금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9억 원을 초과하는 고액 전세대출도 대거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전세대출 제도는 개인 간 사적인 임대차 계약 시장에 정부가 깊이 개입하는 특수한 형태이다. 전세대출의 보증을 전면적으로 정부가 대신해 주면서 임대차 시장에 개입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는 없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전세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전세대출 보증 축소 대책으로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가 엄격해질 전망이다. 이 시점에 금융기관은 정부 보증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증에 의한 쉬운 영업에서 고유의 신용관리 능력에 의한 영업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리고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더욱 가속할 것이다. 전세사기와 금리 부담 증가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는 사례가 실제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아파트 시장에서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며, 다양한 임대차 계약 형태가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여기서 정부는 전세대출 시장에 근거해서 전세계약 시장의 전반적인 개혁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언제까지 서류로 된 증명서와 두 페이지도 채 안 되는 계약서에 근거해서 임대차 계약을 지속해야 할까. 현실은 여전히 전세사기가 발생하고 계약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지도 않고 있다. 전세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대인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부동산 계약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즉, 정부 보증을 받는 모든 계약에서부터 새로운 부동산 산업을 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의 개혁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우선, 월세시장을 활성화하고 서민들의 주거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또한, 정부는 서민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지원을 유지하되 전세대출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규제를 통해 주택시장의 건강한 구조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이번 전세대출 보증 축소 조치가 단순한 보증 축소를 넘어 임대차 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동아광장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아파트 미리보기

    아파트 미리보기

  • 비즈워치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