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 18번홀(파4). 전인지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러프에 멈춰 섰다. 버디가 절실한 홀에서 우승 경쟁의 마침표를 찍는 뼈아픈 실수였다. 하지만 그린을 향해 걸어가는 전인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비록 4년 만의 정상 탈환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뼈를 깎는 스윙 교정 끝에 다시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경쟁력을 입증해 낸 의미 있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전인지는 이날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제81회 US여자오픈(총상금 125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전인지는 단독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2022년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던 전인지는 이번 대회 내내 예리한 샷 감각을 뽐내며 온전한 기량 회복을 증명했다.
1타 차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전인지는 전반 1번(파5)과 7번홀(파5)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선두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후반 들어서도 10번(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한때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후반 집중력이 다소 아쉬웠다. 12번과 13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넬리 코다(미국), 찰리 헐(잉글랜드)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어 승부처였던 17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까다로운 벙커에 빠지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러프에 빠져 결국 보기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는 전인지의 부활 가능성을 경기력으로 증명한 무대다. 2015년 비회원 신분으로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최근 3년간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슬럼프에 시달렸다. 2023시즌부터 최근까지 4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진입이 단 한 번에 불과할 정도였다.
반등의 원동력은 뼈를 깎는 스윙 교정과 심리 치료에 있다. 전인지는 올 시즌 개막을 3월로 늦추면서까지 김송희 코치, 조수경 박사와 함께 절치부심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허리를 무리하게 사용하던 기존 스윙 대신, 올바른 궤도의 백스윙과 자연스러운 체중 이동을 활용한 간결한 다운스윙 메커니즘을 새롭게 장착했다. 그 결과 이번 대회 내내 안정적인 샷으로 세계 1위 코다를 비롯한 정상급 선수들과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었다.
전인지 스스로도 희망을 봤다. 그는 경기 후 “이번 대회가 확실히 내게 자신감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며 “이 기세를 몰아 다음주 휴식기를 잘 보내고, 다시 도전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우승은 코다의 몫이었다. 그는 이날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8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코다는 승부처인 17번홀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아 연장전을 기다리던 개비 로페즈(멕시코)와 헐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4승째이자 통산 19승째를 기록했다. 우승상금은 250만달러(약 38억8000만원)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을 포함해 이전까지 세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뒀던 코다는 US여자오픈에선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 메이저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코다는 “이전 US여자오픈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도 많이 했다”며 “오늘도 후반 9개 홀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캐디와 ‘한 번에 한 샷씩만 생각하자’고 대화하며 순간에 집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동 선두로 코다와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던 김세영은 이날 한 타를 잃고 5위(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세영은 “거의 15년 동안 US여자오픈 우승을 꿈꿔왔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 아쉽지만 동시에 희망도 얻었다”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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