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난 사람]“탄핵 기각은 헌법과 법률 위반한 비상계엄을 인정하는 것”

1 week ago 4

사법연수원장 지낸 최재형 전 감사원장
“군 국회 진입, 명백한 헌법 위반… 보수 분열 막기위해서라도 탄핵 불가피
尹 부정선거론, 공소장도 못 쓸 수준… 총선 패배는 부정선거 아닌 與 잘못 탓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워도 합의 도출하는 것이 정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하정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부정선거론에 대해 “평생 검사로, 법 전문가로 살아온 대통령이 공소장도 작성할 수 없는 수준의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주장”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하정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부정선거론에 대해 “평생 검사로, 법 전문가로 살아온 대통령이 공소장도 작성할 수 없는 수준의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주장”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69)은 5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앞으로도 국가 지도자가 손쉽게 병력을 동원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사법연수원장을 지낸 판사 출신인 최 전 원장은 지난달 24일 소셜미디어에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구의 메시지에 “탄핵은 불가피하다”고 답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최 전 원장의 친구는 메시지에서 “헌재에서 청구인 측 주요 증인의 진술이 거의 가짜임이 드러나고 내란 프레임도 성립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도 보수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의 구국 결단이라고 하더라도 군 병력을 국회에 진입시키고, 국회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한 것만으로도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며 “결코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탄핵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과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들어 재임 중 사표를 낸 뒤 2021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최 전 원장은 2022년 대선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한 뒤 윤석열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보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탄핵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 전 원장과 일문일답.

―비상계엄이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는데….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국회에 병력 투입을 한 것을 보고 곧바로 ‘탄핵은 물론이고 내란죄까지 문제 될 수 있겠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다. 국가비상사태 판단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조치는 행정, 사법 영역에 국한한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라도 국회에 대해선 조치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 기능을 제한하기 위해 군을 보냈다. 계엄포고령 1호가 국회의 정치활동 금지다. ‘친위 쿠데타’라고 하면 모를까. 이건 법조 경험과 상관없는 굉장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것인가.

“만약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 생각해 보자. 앞으로 국가 지도자가 되는 정치인들은 ‘비상계엄을 해서 성공하면 좋은 것이고, 실패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양보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 정치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헌법 위반이 아니라면) 국가 지도자는 그런 정치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여권에서 ‘탄핵 반대’ 주장이 여전히 크다.

“보수 세력 안에서도 비상계엄과 탄핵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탄핵 반대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탄핵 반대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만일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탄핵에 대한 의견 차이가 보수 분열을 초래해선 안 된다. 대선 국면에선 하나로 뭉쳐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계속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역사상 유례없는 의회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해 국정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정치적으로 풀어내는 것도 국가 지도자로서 대통령의 책무다. 대통령이 정치적 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다. 비상계엄 직후부터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관적이지 않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의 탄핵 소추 남발, 일방적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한 국정 마비를 이유로 들었지만 (탄핵심판을 앞두고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다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더니 대국민 호소용으로 비상계엄이란 방법을 택했고 그 내용을 국방부 장관에게만 알렸다고 했다. 대통령 주장이 맞다면 처음부터 ‘이건 호소용이니 국민들은 놀라지 말라.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곧 해제할 것’이라고 했어야 했다. 좌파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보수는 사실과 진실에 기초해서 발언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질서 유지를 위해 군을 동원했다고 주장한다.

“국가 전체가 비상계엄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군인도 큰 피해를 입었다. 군은 명령에 의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명령에 의해 갔을 때 마주한 대상이 적국이 아닌 우리 국민일 때 복종해야 할지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수많은 군인이 명령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평생 쌓아온 명예, 자존심을 모두 잃어버렸다. 대통령은 ‘부상당한 군인은 있었지만 일반 시민은 단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건 군인들이 차마 무기를 들고 국민 앞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헌재 변론에서 부정선거론을 꺼냈는데….

“평생 검사로, 법 전문가로 살아온 대통령이 공소장도 작성할 수 없는 수준의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살인사건이 없었다고 우길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시신인지, 인형인지 알아야 하지 않나. 시신이라면 늙어 죽은 것인지 칼에 맞아 죽은 것인지부터 파악해야지. 부정선거 주장은 누가 어떤 부정선거 행위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도 못한 채 파편적인 내용을 이어붙인 수준일 뿐이다.”

―보수 세력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완전히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과 의대 정원 증원 문제 등 결정적으로 패배하게 만든 잘못들이 있었다. 그런 문제 때문이 아니라 부정선거 때문에 총선에서 졌다고 하는 것은 반성을 못 하는 것, 아니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쳤겠나. ‘저기는 잘못을 고칠 생각을 하기보다 부정선거 탓으로 돌리는 집단이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윤 대통령 주장들이 헌재 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내란 프레임’이라고 했는데 비상계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도당했다는 것인지, 비상계엄 후 수사기관이 내란죄가 아닌데 내란죄로 씌우려는 음모가 있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자라면 대통령이 그런 프레임에 빠져 비상계엄을 발동해선 안 됐다. 후자의 경우라도 자기 지시에 따라 움직였던 군인들과 말싸움하듯이 다투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윤 대통령은 (헌재 최후진술에서) ‘나를 밟고서 대한민국은 미래를 위해서 나가야 한다’ 같은 승복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헌재 결정의 무게감 때문이다. 헌재 결정은 여러 갈등을 종결하고 국가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기초가 된다. 최종심, 단심이고 불복할 수 없다는 법적인 권위만으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국민의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하는데 ‘초시계’ 변론 시간 제한, 형사소송법상 증거 능력 없는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채택, 내란죄 제외 등 몇 가지 점에서 절차적 의문을 남겼다. 탄핵이란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종결시켜야 한다는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대표의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는 재판과 병행되는 상황에서 특정인을 위해 심판 절차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탄핵 최종 심판만 남은 상황에서 헌재가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이 주장한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한 헌재 의견을 결정문에 담아야 한다. 국회의 20여 차례 탄핵과 예산 일방 삭감 등에 대한 헌재 나름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의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 대응 조치와 비교교량해야 한다. 이런 이유들이 있지만 비상계엄은 대통령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된다는 과정이 들어가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헌재를 쳐부수자는 발언까지 나왔다.

“헌재를 때려 부수자는 발언은 보수 정당에서 나오면 안 되는 발언이었다.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는 건 조기 대선 국면으로 갔을 때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 반드시 얻어야 할 중도, 스윙보터 그룹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탄핵이 인용되면 이 대표가 대선 출마가 가능해지고 대통령이 될 것이란 불안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표가 법원의 확정 판결로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마치 권투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체력을 단련하고 전략을 세워 경기에서 상대를 이길 생각을 하기보다 상대 선수가 계체량에서 불합격해 링 위에 오르지 못하기만 바라는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개딸’ 세력을 정치 무대에서 퇴출시켜 정치를 정상화할 기회 아닌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69)
△1956년 경남 진해 출생
△1981년 23회 사법시험 합격
△2014년 서울가정법원장
△2017년 사법연수원장
△2018∼2021년 감사원장
△2022∼2024년 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
△2024년∼현재 법무법인 하정 변호사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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