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람 살리는 의사에 목마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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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람 살리는 의사에 목마른 사회

백강혁 한국대학병원 교수가 국민을 열광시키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지난달 24일 공개되자마자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물 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 대만 홍콩 등 18개국에서도 1위(비영어 부문)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화제다.

이 작품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 이후 나온 첫 의학 드라마다. 한동안 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는 의학 드라마 신작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의료 현장을 떠난 의사에 대한 국민적 반감 때문이었다. 중증외상센터 흥행은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신드롬

드라마 속 주인공인 백 교수는 ‘무조건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중증외상 전문의다. 후배 의사에게 “환자만 생각해, 환자만”이라고 강조하고, 사고 현장의 환자를 구하러 가는데 머뭇거릴 때면 “(환자가) 네 가족이라도 이렇게 할 거야?”라고 일갈한다. 근무 오프가 10분 남았다고 수술실 콜을 안 받는 마취 의사를 향해선 “이런 쓰레기는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드라마의 흥행은 ‘사람 살리는 의사’에 대한 존경에 목말라 있는 국민 정서를 보여준다. 의사는 예나 지금이나 선망받는 직업이고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고결한 소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전공의 이탈 사태는 이런 의사를 향한 존경심을 훼손시켰다. 물론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국민도 있다. 의사들이 제기하는 의료수가 등 문제에 공감하는 이도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을 향한 시선은 차갑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7%에 그쳤다. 의정 갈등 사태 이전 근무한 전공의 1만3531명 중 1171명만 나오고 있다. 그 자리를 의대 교수와 전임의, 진료 지원(PA) 간호사 등이 메우는 임시방편적 시스템이 1년 동안 지속됐다. 의료 차질의 일상화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으로 한 달에 10일 넘게 환자를 받지 못하는 대형 병원 응급실도 생겨나고 있다.

전공의 없는 의료 현장

일부 의사는 최소한의 품격까지 상실한 채 금도를 넘어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일 (환자가 방치돼) 1000명씩 죽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등 막말을 올리는가 하면,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을 겨냥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고위 간부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간호사법이 “전공의 자리를 간호사에게 내주는 법”이라며 간호사들을 향해 “건방진 것들”이라고 화풀이했다.의료계는 여전히 정부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까지 밝혔지만 요지부동이다. 일부 의대가 지난달부터 개강을 시작하자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을 겨냥한 블랙리스트까지 또다시 돌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오는 3월까지 의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2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존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고, 병원을 지키고 있는 전임의가 대거 재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드라마에서 국민을 대신해 이렇게 묻는다. “환자를 살리겠다고 최선을 다하던 그 의사는 지금 어딨습니까?” 이제 의사들이 대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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