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AI 대응, 벌새 날갯짓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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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AI 대응, 벌새 날갯짓서 배워야

벌새의 날갯짓은 경이롭다. 벌새는 초당 최대 80번에 달하는 날갯짓으로 양력과 추동력을 얻는다. 날개를 8자 모양으로 회전시켜 날개를 위아래로 젓는 것은 물론 앞뒤로도 움직일 수 있다. 정지 비행(호버링)과 후진 비행을 하는 유일한 조류다. 곤충의 비행 기술을 완벽하게 체화한 변종인 셈이다. 다른 조류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빠른 날갯짓을 견디기 위해 벌새의 가슴 근육은 체중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발달했다.

벌새가 이처럼 신비한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한 이유는 꽃 주변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꿀을 효율적으로 빨아먹기 위해서다. 식물이 생존을 위해 꽃가루에 이어 꿀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자 벌새의 골격도 그에 맞춰 달라졌다. 식물의 번식 전략이 벌새의 날개 구조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혁신의 무한 확장성

혁신 사상가들이 얘기하는 ‘벌새 효과’는 꽃과 벌새의 진화 과정처럼 한 분야의 혁신 또는 연쇄적인 혁신이 애초 의도하지 않은 완전히 다른 분야의 혁신과 변화로 연결되는 것을 일컫는다. 사실 인류 역사상 나온 거의 모든 기술 혁신은 벌새 효과처럼 무한 루프의 연결 고리를 체결하며 문명의 진보를 이끌었다. 최초 인공조명인 전구의 탄소 필라멘트 수명을 늘리기 위한 실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열전자(電子)는 유리 진공관, 트랜지스터, 반도체 집적회로(IC)로 이어지는 전자산업 대서사의 기초를 닦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승리를 염원하며 당대 내로라하는 수학·공학자들이 고안해 낸 포탄 탄도 계산기와 암호 해독기는 인류 최초의 컴퓨터 탄생과 코딩·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기본 이론 토대를 세운 혁신 스파크가 됐다.

이처럼 혁신의 가장 큰 힘은 파생력이다. 창조적 파괴와도 같은 기술 혁신의 성공적 일탈은 보통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혁신과 혁신의 결합은 또 다른 혁신의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전파·통신과 광학기술 발전, AI 알고리즘 혁신이 합쳐져 자율주행 시대를 가속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AI 성패 갈림길에 선 한국

2년 전 등장한 오픈AI의 챗GPT 충격파가 여전한데 어느새 초가성비로 무장한 딥시크 출현에 전 세계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딥시크는 최고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통념에 균열을 냈다. AI 생태계가 글로벌 빅테크,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란 예측도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픈소스 전략으로 키운 소프트웨어·알고리즘 파워가 AI 분야의 혁신 파생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평가다.

딥시크의 출현은 AI의 보편화를 앞당기는 새로운 혁신 챕터의 문턱이다. 글로벌 AI 생태계와 멀어져 버린 대한민국이 화려한 반격의 기회를 갖느냐, 아니면 영원한 낙오의 늪으로 빠지느냐가 결정되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AI 대변혁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선 벌새처럼 완벽한 변종으로 진화하려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근로시간제 개편이나 인재 확보 전략 없이 일단 1만여 개 GPU만 확보해 놓으면 지금의 딥시크 쇼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정부와 정치권의 안일한 생각은 인과관계를 뒤틀어버린 판단 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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