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을 적용한 300단대 낸드를 내후년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중국 양쯔메모리(YMTC), 일본 기옥시아 등 세계 낸드 제조사들에 이어 하이브리드 본딩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첨단 낸드 경쟁에 속도를 올린다는 전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00단대의 10세대(V10) 낸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V10 시험 라인을 통해 개발 완료한 뒤, 내년 초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21단 'V9' → 300단 대 하이브리드 본딩 'V10'
낸드플래시는 IT 기기 속의 정보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다. 3D 낸드는 칩 속의 기억 소자들을 수직 적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억소자들을 얇고 높이 쌓을수록 고용량의 칩을 만들 수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가장 높이 쌓아서 양산하는 낸드의 층수는 321단이다. 이 칩을 기반으로 SK하이닉스는 세계 낸드 시장에서 2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V10의 핵심은 하이브리드 본딩 첫 도입이다. 이 공정은 두 장의 반도체 웨이퍼(원판)를 마치 한 장처럼 이어붙이는 것이다.
낸드의 경우 기억 장치들이 모여 있는 셀(Cell) 웨이퍼, 셀이 동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변 회로(Peripheral) 웨이퍼를 따로 만들어서 결합한다.
SK하이닉스는 V9(321단) 낸드까지는 셀과 주변회로를 한 웨이퍼에서 만들었다. 주변 회로부를 웨이퍼 가장 아래에 만든 뒤, 그 위에 기억 소자들을 쌓아올리는 이른바 'PUC(Peri under Cell)'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주변회로부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웨이퍼 맨 밑에 갇힌 채, 기억 소자들이 수백 단씩 쌓일 때까지 고온의 공정들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낸드의 단수가 높아질 수록 주변회로부의 불량이 생길 확률도 늘어난다.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면 주변 회로부가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 장의 웨이퍼를 나눠서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시간까지 짧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공정 난도는 기존보다 높아진다. 서로 다른 웨이퍼에 있는 수백 개의 칩을 나노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겹쳐서,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맞춰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웨이퍼-웨이퍼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는 오스트리아 EVG,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강세다.
◇삼성전자, YMTC, 기옥시아도 이미 도입
당초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400단 이상의 낸드 이후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300단 대인 V10부터 이 공정을 도입하는 이유는 주요 낸드 경쟁사들이 이미 하이브리드 본딩 상용화에 속도를 붙이면서 2위 SK하이닉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정을 낸드 제조에 가장 먼저 적용한 기업은 신흥 강자인 중국 YMTC다. 이들은 2018년 양산을 시작했던 64단 낸드플래시부터 '엑스태킹(Xtacking)'이라는 이름의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해 첨단 낸드 공정에서 무섭게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일본 기옥시아는 2023년부터 CBA(CMOS Directly Bonded to Array)라는 이름으로 낸드공정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양산을 시작할 V10(400단 대) 낸드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내년 낸드 사업에서 V10 개발과 함께 기존 설비를 V9 라인으로 전환하는 투자도 이어간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년동안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4만장~6만장 사이 물량을 V9 생산능력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는 낸드 재고를 쌓아놓았던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공장이 사실상 풀 캐파로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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