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장경제의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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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시장경제의 적들

대한민국이 건국 7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은 지구촌의 기적으로 평가된다. 한국 경제의 대도약을 견인한 추동력이 시장경제 시스템이다. 지속 성장과 복지 사회 구현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한 시장경제 제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반기업주의, 정치적 위기, 저성장·양극화가 시장경제의 적이다.

반기업주의가 도를 넘어섰다. 강력한 반기업 정책으로 기업 성장이 정체돼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다. 대기업 죽이기가 지속되는 한 성장과 투자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한국 산업의 명운을 가를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을 대기업 특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술 패권에서 도태된다”며 조속한 입법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도요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성 노조의 반발로 국내 시설 투자는 위축되는 실정이다. 반기업주의 풍토에서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 330억달러를 상회한 것은 고무적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반기업 정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가 한국 경제를 질곡으로 몰아넣고 있다. 계엄이 신속히 해제돼 시장이 붕괴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정치와 경제는 별개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말했지만 정치적 위기가 신속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위기로 비화하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최근의 정치적 위기는 1987년 정치 체제가 한계에 봉착해 파열음을 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여야가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합리적이고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고 시장경제는 심각한 시련에 직면하게 된다. 정치적 포퓰리즘이 균형 있는 경제정책 운용을 어렵게 만든다. 적정 수준을 넘어선 재정 배분은 재정정책의 실효성을 약화하고 국가 재원 배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은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한다”고 경고했다.

거부 민주주의가 심각한 수준이다. 정치 선진국 소리를 듣는 미국조차 공화 민주 양당의 갈등과 대립으로 정부 폐쇄, 공직자 임명 동의 거부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도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마비되고 있다. 재정 통제의 유용한 수단으로 기능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종이호랑이’가 됐다. 균형발전 등 정책적 고려에 따라 무분별한 투자 사업이 남발하고 있다. 재정 포퓰리즘은 조세 형평성과 자원 배분 왜곡을 초래한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그리스 등에서 경제위기가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배경에는 10%대의 낮은 국가채무비율이 있었다. 건전 재정이 국민 경제의 중요한 방파제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저성장·양극화라는 선진국병에 빠졌다. 고속 성장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누적된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 양극화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양극화와 갈등을 이용하는 집단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원칙에 반한 정책으로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도전 정신과 혁신 노력만이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성장 잠재력이 도전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향후 5년간 연평균 1.8%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없으면 2040년대에 1%를 하회할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이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개발을 촉진할 때 성장과 일자리가 창출된다. 시장경제가 꽃피울 수 있는 기업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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