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8·15를 맞이한다. 6·3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취임해 숨 가쁘게 국정을 이끌어왔다. 통합과 실용의 리더십으로 경제와 민생에 역점을 두고 계엄과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착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이재명 정부의 성패는 3개 키워드가 결정할 것이다. 경제, 외교, 인사다. 저성장 늪에서 탈출할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경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성공의 제1조건이다. 저성장, 저고용, 고물가 속에서 국민은 정권을 지지할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 안정 대책에 실패하는 경우 다른 성과들이 다 묻힌다. 경제가 잘못되면 정치가 안정될 수 없다. 경제 운영의 성적표는 결국 성장률이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3%를 목표로 제시했다. 고부가가치 혁신 성장을 촉진할 과감한 규제 혁파와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살고 더 많은 국민이 투자해야 기업이 산다”고 강조했다. 기업 친화 정책과 투자 활성화에 방점을 뒀다. 순자(荀子)는 부유하게 하지 않으면 백성의 성정을 기를 수 없음을 역설했다. 유민입군 장이리지(有民立君 將以利之).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표현이다. 국민이 지도자를 세우는 것은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경제가 제1의 조건이 되는 이유다.
외교가 국운을 좌우한다.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중국은 한국을 진심붕우(眞心朋友)처럼 우대한다고 말하지만 ‘중국제조 2025’의 지속 추진을 통해 반도체를 제외한 전 산업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하거나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 경제의 최대 경쟁자가 됐다. 대미 관계가 중요하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결코 미국과 멀어지지 말라”고 영국 사회에 엄중히 경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이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한·미는 관세 협상을 타결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와 1000억달러 에너지 수입을 약속했다. “큰 고비를 넘겼다”는 이 대통령 말처럼 관세 협상은 선방했다. 이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방위비 인상, 인도·태평양 전략에의 참여 등 한·미동맹의 현대화 문제가 잘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미국 대외 정책의 상수다. 과연 종래와 같은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백악관이 이 대통령 당선 축하 논평에서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이 정부의 친중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경계심을 풀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요구된다.
정권의 실패는 인사의 실패에서 기인한다는 말이 널리 입에 오르내린다. 이 대통령은 통합과 포용의 인사를 약속했다. 첫 내각 구성 시 교육부 장관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자 과감히 포기했다. 멈출 줄 아는 인사 스타일을 보여준 것은 다행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정치”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 기준으로 국민에 대한 충직함, 능력, 청렴을 제시했다. 국민에게 충성하는 공복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송나라를 건국한 태조 조광윤은 조보(趙普)를 재상으로 기용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 조보는 건국 초 혼란을 수습하고 중앙집권적 관료제, 사대부 중심의 행정체제와 문민 통치 확립에 기여했다. 태조를 도와 천하 통일 정책과 군권 통제 전략 등을 실행했다. 반부논어치천하(半部論語治天下). 논어 절반으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의미로 논어에 담긴 덕치로 나라를 운영한다는 조보의 국정 철학이다. 조광윤의 덕치가 송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인사가 만사다.
권력은 자기 부패의 과정을 겪는다는 말이 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잘나갈 때 절제해야 한다. 멈출 줄 아는 것이 지도자의 성공 방정식이다. 신시경종(愼始敬終). 지도자의 마음은 시작함을 신중하게 하고 끝마침을 삼가야 한다는 위징(魏徵)의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과 섬김의 마음가짐을 견지해 훌륭한 리더의 반열에 오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