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딥시크 쇼크에 숨겨진 혁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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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딥시크 쇼크에 숨겨진 혁신의 비밀

산업 측면에서 미래 사회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디지털이고 범위를 더욱 좁히면 인공지능(AI)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식 이틀 뒤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공동으로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그 후 겨우 닷새가 지난 1월 27일 앤비디아 주가가 갑자기 무려 16.98% 폭락했다. 중국 광동성 출신의 1985년생 량원펑이 2023년 설립한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챗GPT와 비슷한 초저비용·고기능 AI 모델 R1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오픈소스 AI 모델인 V3도 공개한 바 있다. 모두가 AI 분야에서 미국의 막대한 자본 투입과 감히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이 즈음 근본적인 물음에 새삼 다가선다. 무엇이 혁신하게 만드는가? 기존 방식대로는 현재 구조를 바꿀 수 없어 지속가능한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혁신을 꿈꾸게 된다. 이 혁신의 동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궁핍을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혁신이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 빈국에서 신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높다. 안보 위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방위산업이 발달한 것도 좋은 예다. 생존을 위한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앞선 기술을 따라잡고자 하는 질투심에서 혁신이 나온다. 대부분의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는 추격형 경제가 적절한 예다. 딥시크의 성공 요인도 미국 기업이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는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유학 경험도 없는 공학도의 질투심이 출발점이었다. 과거 미국과 일본이 선점하던 반도체 제조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과 대만 기업이 지금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셋째, 세상을 이끌겠다는 자신감이다. 선도형 경제에서 볼 수 있으며 미래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자신감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기술 및 아이디어 개발이 좋은 예다. 휴대폰을 만들고 다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며, 플랫폼 경제와 AI 기반 디지털 사회를 꿈꾸며 기획하는 움직임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지금 혁신하고 있는가? 선도형 경제에서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미래 사회를 기획하고 있나? 아니면 추격형 경제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질투심으로 축지법을 쓰면서 따라가고 있나? 살아남고자 버둥거리며 획기적 구조조정을 하고 있나? 아마도 지금 우리 산업은 혁신의 궤도에서 벗어나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자신의 능력의 120%를 사용하느라 이른바 번아웃(burnout)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새로운 세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각을 바꿔 살아남고자 하는 끈질김과 질투 그리고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의 정체감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웅크림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강해질수록 중국의 기술 자립도를 위한 생존 본능이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분명 기술 보안과 제재가 중국에 심각한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 내 국가적 차원에서 혁신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중국은 반도체 제조 능력과 AI 활용 산업 분야에서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최근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어지러울 정도로 경제안보 관련 통상정책과 외교정책에 변화가 있다. 우리로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앞에서 예상되는 피해 대상 범위 및 규모를 파악하고 대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치열한 전략 경쟁 상황에서 혁신을 통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산업 분야별로 생존을 위해서, 질투심으로 따라잡기 위해서, 또는 우리가 미래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자부심으로 무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획기적으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 딥시크 출현이 우리의 혁신 잠재력을 깨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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