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돌아오는 의대생과 그들이 맞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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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돌아오는 의대생과 그들이 맞을 미래

그런데 왜 그리 오랜 세월 ‘죽자고’ 수업을 거부했을까? 의학 교육과 의료의 질을 지키려고? 아니면 엄청난 일을 즉흥적으로 결정한 ‘그’에 대한 반발과 민주주의를 위해? 그래도 ‘죽도록’ 힘들었던 입시와 의대 교육에 시달리다 보니 ‘넘어진 김에 좀 쉬어 가자’는 뭐 그런 건 아니겠지? 하지만 코로나19에 이어 다시 긴 기간 ‘죽도록’ 고생한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역사를 위해서라도 합당한 명분은 정리해 둬야 하는 게 아닐까?

오래전, 자연계 수재들은 의대보다 물리학과 전자공학을 선택했다. 하멜표류기에도 나왔듯 우리가 공부는 ‘좀’ 한다. 그 공부선수들이 졸업 후에 향한 곳이 반도체와 정보기술(IT) 분야였고, 미국과 일본이 ‘너희는 어림없다’며 비웃던 IT 최강국, 그걸 해냈다. 그 결과 모든 지구인이 우리의 기술과 제품을 누리게 됐고 그 덕에 해외여행 다니며 목에 힘 좀 준다. 단군 이래 최초겠지.

그런데 세상이 좀 바뀌어 서울대, 세브란스 순으로 서울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수도권을 동심원으로 전국 한 바퀴 ‘의대’ 순회를 마친 뒤, 서울공대와 KAIST의 순서가 돌아온다. 모두가 큰일이라고 난리지만 나는 그 정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한국 의료 수준이 대단해졌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니까. 게다가 이렇게 싼 의료비로 그렇게 높은 의료 수준! 가성비까지 감안하면 세계를 넘어 우주 최강이다. 뭐 학부와 수련의 시절, 영혼을 갈아 넣으며 버틴 ‘깡’이 어디로 가겠나? 이미 체질이 돼버린 그 ‘깡’으로 중노동을 견디며 만들어낸 성과인 점, 솔직히 인정한다. 게다가 대형 병원의 운영 시스템을 보라! 이건 예술에 가깝다. 참으로 감사하다. 하지만 이제 한 단계만 더 생각해 보면 안 될까?

중국이 IT산업을 맹렬히 추격한다는데 지킬 건 지키되 동시에 다른 돌파구도 찾아야 한다. 나는 바이오와 의료기업이 가장 유력한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상황에 딱 맞게 수재들을 몰아줬으니 다음 기적이 의학에서 나온다고 기대하는 게 영 틀린 건 아니겠지. 게다가 지금 세계는 의학도의 새로운 도전이 절실하다. 코로나 시즌, 우리를 구원한 게 누구인가? 전설의 존슨앤드존슨, 로슈, 머크, 화이자? 큰 도움이 안 됐다. 171년 된 화이자가 창업 12년 차 바이오엔틱의 도움을 받아 만든 백신, 창업 10년 차인 모더나 백신이 세상을 구했다. 그런데 앞으로 그런 걸 우리 청년들이 하면 안 될까? 안 된다고? 앞에서 우리가 IT 시작할 때, 미국과 일본이 어림없다고 비웃은 거 읽으셨지?

3년 전, 33세의 청년이 투자를 요청하러 왔었다. 세계 최고인 강남 피부과, 시간을 따로 내어 강남까지 와서,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누릴 수 있는 그 황홀한 서비스를 세상 모두가 쉽게 누리며 아름다워질 수 있는 그런 세상.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기기로 짬 날 때마다 꺼내 ‘쓱쓱’ 하면서 예뻐질 수 있는 ‘멋진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감동받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투자를 결정했다. 36세에 재산이 2조원, 전 세계 여성들을 행복하게 해주면서 상장 2년 만에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APR의 창업자 김병훈이다.

그동안 안전지대였던 강남 피부과 선생님들, ‘겨우’ 첫 번째 도전자 등장이니 놀라지 마시라. 더구나 김병훈은 의대 출신도 아닌데 의사가 해야 ‘딱’인 그 일을 했다. 평생을 의사로 살아갈 의대생들, 또 다른 김병훈이 반복해 등장할 그 긴 세월 동안 그 자격증의 힘이 계속 ‘안녕’하실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세계 최강의 수재인 우리 의대생들이 안전지대만 지키고 있지는 않을 거라고. 다음 ‘위기’에는 그들이 만든 스타트업이 일을 낼 거라고. 최강의 아산, 세브란스, 삼성이 세계 주요 도시마다 지점을 내어 우리의 놀라운 시스템을 나눠줄 때가 올 거라고. 그리고 우리가 배출한 의대생이 ‘지키는’ 것을 넘어 더 많은 ‘김병훈’이 되어 우리가 해외여행 다니며 목에 힘 더 ‘세게’ 주게 만들 거라고.

이제 돌아오면 부디 과거와 다른, 확 바뀐 모습으로 긴 결석의 명분을 반드시 찾아 주시기를.사회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남들과 다른 혜택을 주는 것은 남들과 다른 공헌을 기대하기 때문이란 걸 명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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