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3.0] '부활' 꿈꾸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태극마크 반드시 가슴에"

2 days ago 3

슬럼프 견딘 힘은 어머니와 팀원들의 믿음…"안 다치면 못 할 게 없어"

모교 후배들에게는 "마음 다잡고 꿈 펼치면 다양한 길 열려" 조언도

이미지 확대 인터뷰하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인터뷰하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서울=연합뉴스) 박소라 기자 = 육상 100m 기대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가 지난 7일 경기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5.11 e1501s@yna.co.kr

(안산=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태극마크는) 달기 어렵고, 달면 무게감이 상당할 거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지금도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꼭 달아보고 싶은 게 제 목표입니다."

고교 시절 혜성처럼 나타나 한국 육상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22·안산시청)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반드시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님께 물려받은 피부색 탓에 외국 선수로 오인되기도 했던 비웨사는 2003년 경기도 안산시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보유한 엄연한 한국인이다.

이미지 확대 훈련 중인 육상 기대주 비웨사

훈련 중인 육상 기대주 비웨사

(서울=연합뉴스) 박소라 기자 = 육상 100m 기대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가 지난 7일 경기 안산와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5.5.11 e1501s@yna.co.kr

데뷔 당시 비웨사의 경기력은 실로 대단했다.

2020년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고등부 100m 결선에서 10.69초로 우승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10.44초로 2위를 거머쥐었다. 역대 한국 기록 보유자인 김국영 선수와 0.02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고교 시절 최고 기록은 10.45초다. 안산시청 실업팀에 입단한 직후엔 기록을 10.44초까지 단축했다.

이처럼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비웨사도 선수들의 숙명인 '부상'을 피해 가진 못했다.

실업 1년차 때 입은 햄스트링 근육 부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재활에 집중한 탓에 2∼3년간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지 못한 것. 그사이 기록은 뒷걸음질을 쳤고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어갔다.

오랜 슬럼프를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어머니와 소속팀 식구들의 응원과 격려였다고.

"해외 전지훈련도 어머니께서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해주셨어요. 제가 자라면서 해주신 어머니의 이야기가 아팠던 시간을 조금 덜어줬습니다."

비웨사는 어머니 덕분에 2023년과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로 전지훈련도 다녀올 수 있었다.

롤모델인 노아 라일스 선수, 400m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웨이드 반 니커크 선수의 스케줄에 함께 참여해 똑같은 훈련을 반복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코치진의 믿음도 고마울 따름이다.

비웨사를 '니엘'이라고 부르는 김태빈 안산시청 육상코치는 "이번 시즌은 부상도 없고 컨디션도 좋다"며 제자를 향한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의 체력훈련을 지켜보던 이영숙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는 '제발 부상만 없어라'란 얘기를 늘 하곤 한다며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고질적인 부상에서는 회복됐지만 '본궤도'에 오르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지난달 21일 대한육상연맹이 주최한 2025 구미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최종선발대회에 출전했지만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도 실망하지 않고 가장 큰 소원인 '개인 최고기록 경신'을 위해 부활의 날갯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육상선수로서 0.01초의 무게감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것이 사실이지만 "안 다치면 못 할 게 아무것도 없다"며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오는 19일엔 밀양에서 제54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내달엔 예천에서 열리는 제53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와 정선에서 개최되는 제79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 확대 인터뷰하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인터뷰하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서울=연합뉴스) 박소라 기자 = 육상 100m 기대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가 지난 7일 경기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5.11 e1501s@yna.co.kr

이미지 확대 몸 푸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몸 푸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육상 100m 기대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가 이영숙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왼쪽)와 지난 7일 경기 안산와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2025.5.11 jwc@yna.co.kr

비웨사는 육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다문화 가정 자녀로서 받는 주변의 시선 등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른 나라는 안 살아봐서 비교할 나라가 없다"는 '쿨'한 대답으로 넘기곤 한다고.

자신을 낯설게 보는 시선이 불편할 듯도 하지만 "내 정체성은 한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우문현답'인 셈이다.

그는 한국 출생임에도 부모 모두 민주콩고 국적을 갖고 있어 한국인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다.

대한육상연맹 규정에 따르면 고등부 이상의 전국 대회에 한국 선수로 출전하려면 대한민국 국적이 필수다. 국적이 없으면 태극마크도 달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어릴 때는 운동할 생각조차 못 했던 그였지만 어머니가 10년이 넘는 노력 끝에 귀화 자격을 얻은 덕분에 자신도 한국 국적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됐다.

그때 '일하시랴, 한국어 공부도 하시랴' 너무 고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이미지 확대 인터뷰하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인터뷰하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서울=연합뉴스) 박소라 기자 = 육상 100m 기대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가 지난 7일 경기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5.11 e1501s@yna.co.kr

그는 재작년에는 모교인 안산시 원곡초등학교에서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졸업 축사자로 나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많은 후배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한 것.

"다문화 자녀의 부모님은 아무래도 다양하게 길을 못 알려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 영향을 받고 자라게 되면 꿈이 꺾이기가 쉬운데 사실은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좀 더 마음을 굳게 다잡고 꿈을 펼치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모교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 많아진 것도 반가운 일이다.

훈련 전 몸풀기에 한창인 그의 목에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펜던트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졸업할 때 후배들이 꼭 올림픽 나가라고 선물해 준 건데 약속을 지켜야죠. 실업팀 와서 처음 안 다치고 뛰어서 감회가 새롭고요. 앞으로의 시즌이 더 기대됩니다."

이미지 확대 인터뷰하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인터뷰하는 육상 기대주 비웨사

(서울=연합뉴스) 박소라 기자 = 육상 100m 기대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가 지난 7일 경기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5.11 e1501s@yna.co.kr

jwc@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2일 07시00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