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단순히 일이 바쁘고 피곤해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7년째 도배를 하며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은 언제였는지 돌아봤다. 일당 8만 원으로 도배를 시작해 5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1만 원이 올랐던 순간부터 처음으로 방 한 칸을 온전히 내 힘으로 도배했던 순간, 일을 가르쳐주던 소장님 밑에서 독립해 아파트 한 동을 책임지고 맡아서 잘 마무리했던 순간, 도배를 하며 가장 큰 월수입을 올렸던 순간까지…. 목표를 달성했거나 작은 성공을 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경험들도 ‘가장’ 행복하거나 즐거웠던 순간은 아니다.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순간은 팀원들을 일일이 직접 뽑아 함께 일하며 기술을 알려주던 때다.
말이 잘 통하는 또래끼리 모여 재미있게 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이 자리 잡은 속마음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다른 기술자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만 했다. 그런데 드디어 나도 팀원들에게 일자리를 주며 경제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주고 연습할 기회를 주게 됐고, 거기서 기쁨을 느낀 것이다. 반면 현재의 나는 내 기술을 향상시키고 그 기술로 돈을 버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인지 마음속 깊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것은 이타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면서도 동시에 이기적인 마음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돕는 과정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 도배하는 중간중간 시간을 내서 하는 강의나 글쓰기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대보다 잘한다는 칭찬에서도 물론 보람을 느끼지만 그보다는 내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었다, 용기가 생겼다는 이야기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타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 요소일 수도 있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 속에서도 내가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 그것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주기도 한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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