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 생성형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HCX)’의 경량 모델을 오픈소스 방식으로 공개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처럼 전 국민이 쓰는 서비스에 고성능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쓰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를 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소형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한 경량 AI 모델 ‘HCX 시드’는 네이버의 초거대 AI인 HCX의 사이즈를 줄인 모델이다. 오픈AI의 GPT-4o,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 같은 대형 모델은 파라미터(매개변수)가 수천억 개에 달한다. 이에 비해 경량 모델은 수억~수십억 개 수준이다. 몸집은 줄였지만 특정 영역에선 대형 모델 못지않은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파라미터가 30억 개 수준인 ‘HCX 시드 3B’는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 영상 정보를 처리하고, 도표 이해와 개체 인식, 사진 묘사 등도 가능하다.
네이버는 ‘소버린 AI’를 주창하는 대표 기업이다. 김 대표는 “국가의 기반 인프라인 AI가 어느 순간 남의 의지로 멈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며 “AI 저변 확대를 위한 네이버의 노력이 국내 소버린 AI 생태계를 견고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측면에서도 경량 모델은 중요하다. 김 대표는 “검색 서비스가 앞으로 대폭 바뀔 것”이라며 “조만간 이와 관련해 회사에서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픈AI 등 빅테크들이 검색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만큼 네이버로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올해 초 생성 AI 검색 서비스 ‘AI 브리핑’을 일부 서비스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별도 쇼핑 앱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도 AI를 접목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경량 모델을 활용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가 장악한 클라우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목표다. 클라우드와 AI가 결합한 새로운 시장에선 더 이상 빅테크에 안방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오픈소스를 통해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손쉽게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국내 AI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안정훈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