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길들여준 어린 왕자들을 붙잡으며[내가 만난 명문장/나혜진]

3 weeks ago 3

“나는 너와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거든.”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중

나혜진 동화작가·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나혜진 동화작가·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많은 이들이 이미 아는 동화와 문구를 다시 한번 소개하려는 이유는 이 동화가 특별하게도 타인과의 ‘무언가’를 여러 가지로 잘 나타냈기 때문이다. 많은 단어가 들어갈 수 있는 ‘무언가’ 가운데 필자는 타인과의 ‘우정’을 다뤄 보려고 한다. ‘우정’과 해당 문장 속의 ‘길들여짐’은 매우 닮아 있다. 누군가의 특별한 이가 되는 것. 누군가에게 내가 인식되는 것. 누군가에게 다른 이와 내가 별개로 보이는 것. 동화 속 여우가 말하는 길들여짐이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길들여짐은 우정보다 사랑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맺는 수없이 많은 우정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 등도 포함돼 있다. 사랑이란 길들여진 여러 우정 속에서도 더욱 그 사람에게 각인된 길들여짐이 아닐까.

이 동화에서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을 요하는 문장을 볼 수 있다. 서로를 향한 특별함에 대해 어느 한쪽이라도 외면한다면 그것이 길들여짐, 우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가까울수록 더욱 예의를 갖춰야 하는 법이다. 작게는 그 사람이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생일은 언제인지 기억하고 챙겨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사람이 기쁠 때나 힘들 때 옆에서 한마디라도 해주는 예의 등이 있겠다. 글을 읽다가 독자들이 항상 옆에 있어 주는 사람에 대한 익숙함에 우정과 예의를 잊진 않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이번 글은 성공적이리라.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 그 사람과 우정을 맺는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개인주의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길들여짐 하나하나가 아주 소중하다. 그 어떠한 인간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도 서로 배려를 하며 길들임을 이어가는 주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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