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81〉AI로 부자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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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요즘 국민들의 평균 경제지식 수준이 급격히 올라왔다. 스테이블 코인이나 부동산 경매, 주식과 채권 등에 해박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은행에 있는 내 재산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저금리 시대를 오래 살았던 사람들로서는 갖고 있는 자산이라도 지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코인을 팔아 강남에 아파트를 사는 경우, 소위 갭투자를 해서 부동산 상승 차익을 얻는 경우 등이 유튜브에 횡행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벼락부자가 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차전지 주식 열풍과 같이 유튜브의 셀럽들을 따라서 이성을 잃고 구매했던 주식들이 폭락을 하면서 막대한 빚을 지게된 투자자가 적지 않다. 믿었던 상장사가 주주의 이익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기업분할을 하면서 기존 주주들은 큰 손해를 입게된 경우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소중하게 모은 자산을 유튜브상의 과장 또는 기만적 정보 때문에 홀라당 날려버린 사례가 얼마나 많을까?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그동안 소수의 전문가들만 가능했던 프로그램 매매가 너무도 쉬워졌다. API(소프트웨어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방한 증권사, 거래소에 자동으로 접속해 내가 원하는 가격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자산을 매매하도록 하는 기법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선망하는 우수 투자자의 공개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긁어와서 그를 따라서 투자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 덕분에 바이브 코딩(일상 생활에서 쓰는 언어표현 그대로 입력하면 그것을 자동으로 프로그래밍해주는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이제는 약간의 컴퓨터 지식만 있어도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많은 자산에 대해 자동 매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자신의 특기와 재능을 AI로 팔아서 돈을 버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업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책을 써서, 전자책 형태로 올려 돈을 버는 경우도 많다. LLM에 저자의 요지와 자료만 붙여주면 마치 사람이 쓴 것 같은 초고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전혀 내용없는 책을 제목만 과장되게 붙여서 판매해서 독자를 실망시키는 책, 저자의 기여는 거의 없이 AI에만 의존한 책도 적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책들을 걸러내는 선별력 역시 평소 독서 등을 통해 쌓아놓은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웹소설, 웹툰과 같은 문화상품을 AI와 협업을 통해 만드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관을 입력하면 적절한 등장인물을 추천해 주고, 나아가 이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아웃풋으로 출간하게 도와주는 AI가 흔해진 것이다. 심지어 세계관마저 몇가지 단서만 입력해주면 알아서 수립해주기도 한다. 문화창작 활동의 벽이 엄청나게 낮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양질의 문학작품, 예술작품을 골라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특히 개인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더 어려워 지기도 했고, AI가 누구의 어떤 작품을 학습했는지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AI(또는 그 제작자)에게 묻는 것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요컨대 AI덕분에 부자가 되는 길은 더 가깝고 다양해졌지만, 어떤 길이 나을지, 어떤 방법을 채택해야할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은 결국 개개인이다. AI가 개개인의 내공까지 모두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가장 기본인 인륜과 도덕, 그리고 지적소양을 갖춘 인간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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