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지자체, 기업, 기관이 인공지능(AI) 교육 프로그램을 앞다퉈 열고 있다. 그런데 “두 번, 세 번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AI가 나와는 상관없는 드높은 기술인 것 같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왜 이럴까? 간단하다. 교육 내용이 수강생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강의의 상당 부분이 딥러닝, 강화학습, 신경망, 트랜스포머 모델, 범용인공지능(AGI),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같은 개념들로 가득하다. 의사가 되려면 해부학부터 배워야 한다는 식이다. 진짜 필요한 것은 각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활용법을 '떠먹여 주듯' 알려주는 교육이다. 자동차 운전을 배우면 되지, 열역학이나 부품소재, 자동차설계를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 AI를 내 생활과 직업영역에 활용할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그 원리 구조부터 가르쳐 준다는 교육은 적합한 방식은 아니다.
거대언어모델(LLM)유형의 AI는 자연어 처리가 핵심이다. 자연어란 우리가 일상에서 편안하게 말하는 그대로 AI에게 요청하면 된다는 의미다. AI는 말 그대로 '지능'이기 때문에 오타가 있어도, 문장의 앞뒤가 정밀하게 정제되어 있지 않아도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고 사용자의 요구를 정리해서 응답 처리해 준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론을 전혀 몰라도 AI를 충분히 그리고 잘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인을 자주 만나는 직업군에게는 AI 동시통역 프롬프트의 구체적 사용법을, 다문화 가정에서는 '아이 숙제 도와주는 프롬프트 작성법'을 가르쳐야 한다. 수출업체 직원에게는 '독일 자동차 부품 바이어 찾는 구체적 검색 프롬프트'를, 사회복지사에게는 '복지 대상자별 맞춤 서비스 찾기'와 '번아웃 상황에서 AI와 대화로 감정 정리하기'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요리에서는 '냉장고 재료로 30분 만에 저녁 메뉴 만들기', 건강 관리에서는 '증상 설명으로 응급처치법 확인하기', 법률 문제에서는 '관련 법령과 절차 찾기', 기기 고장 시에는 '증상 설명으로 해결책 찾기'까지. 여행, 취미, 학습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전 활용법을 가르쳐야 한다. 회사에서도 '신입사원 면접 질문 세트 만들기' '재고 부족 시 대체 공급업체 찾기' 같은 실무 직결 활용법을 체험해보도록 해야 한다.
활용 사례를 서로 공유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AI를 활용해 업무나 생활을 개선한 사람들의 경험을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확산시키는 콘테스트를 열면 좋다. 대한민국 대표 AI 선발전 만큼이나, 좋은 프롬프트 아이디어 창작 경시대회도 필요하다. 누군가 만든 좋은 프롬프트가 전국으로 퍼진다면 많은 사람이 이익을 볼 수 있다.
AI 보편화를 위해서는 디지털 격차 해소가 필수다. 고령층, 저소득층등 소외계층도 함께 갈 수 있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어르신들을 위한 음성 대화 기반 AI 활용'처럼 각 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교육 플랫폼을 만들고, 동네 주민센터와 도서관에서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AI 활용이 경제력에 따라 갈라지는 또 다른 불평등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대간 연대를 통한 확산 전략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부모님, 조부모님께 AI 활용법을 알려드리는 가족 캠페인을 벌이고, '손자가 할머니께 알려드리는 AI 활용법'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러운 학습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방식은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세대간 소통과 이해를 깊게 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전 국민의 'AI 네이티브'화다. 스마트폰을 쓰듯 자연스럽게 AI를 쓰는 사회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이론보다 실용 가이드, 일방 강의보다 체험형 워크숍, 일부만을 위한 교육보다 모두를 위한 포용적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모든 국민이 함께하는 AI 시대'가 열린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