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함께 사는 도시를 위한 '공공 도시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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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함께 사는 도시를 위한 '공공 도시정비'

서울이 늙어가고 있다. 노후 건축물 증가, 인구 고령화, 공동체 해체 등으로 도시 쇠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문제를 넘어 도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도시 정비는 단순히 낡은 집을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미래 삶을 설계하는 정책 수단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민간 주도 정비사업은 주택 공급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수익 중심 개발로 원주민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용적률 과잉 경쟁, 주거 약자 배제 등의 문제로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했다. 이를 보완하고자 정부는 5·6대책, 8·4대책, 2·4대책 등을 통해 공공 주도 정비를 도입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 본격 참여하게 된 계기다. 공공 중 LH는 서울 117개 정비지구에서 약 10만7000가구 공급을 추진 중이다. 여섯 곳의 공공관리형 모아타운과 민간이 기피하는 저사업성 지역, 재난 위험 건축물에도 선제 참여해 도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2021년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 선정 이후 약 2만9000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1구역은 4년 만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있다. 쌍문동, 방학역 지구는 도심복합사업 중 최초로 연내 보상과 철거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성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공정비는 제도적 완결성 부족과 실행 구조의 경직성, 획일화된 기준으로 다양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 정비가 물리적 공간 정비에만 머물 경우 그 지역의 삶과 관계망은 회복되지 않는다. 정비 이후 공동체 회복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운영계획 수립,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한 거버넌스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는 단기 주택 공급을 넘는 장기 도시 복지 전략과 관련이 깊다.

공공 정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도시권역별 인구, 생활권 특성에 맞는 지역 맞춤형 정비모델의 제도화다. 다음이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 사회적기업 등과 협업을 위한 복합 플랫폼 구축이다. 셋째는 지분형 주택, 순환형 임대주택, 공공조합원제도, 공공임대상가 제공, 모듈형 임시상가 설치, 마을관리 플랫폼 등 공공성 요건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넷째는 용도지구 변경 절차 간소화, 초기사업비 확대, 이차보전(민간금융과 기금 간 금리 차를 일부 보전하는 제도) 적용 확대 등 행정절차 간소화 및 재정 지원 확대다. 마지막으로 공공정비특례법 등 입법 정비를 통해 현재 제도의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

정비사업이 도시 재구조화와 사회 통합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제도는 민첩하고 유연해야 한다. 또 운영은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 정비는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기획하는 종합 정책이다. 공공이 다시 도시를 설계해야 하는 지금 우리는 단순한 공급보다 ‘함께 사는 도시’의 미래를 먼저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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