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스닥이 혁신기업 등용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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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스닥이 혁신기업 등용문이 되려면

코스닥시장은 1996년 개설 이후 30년간 중소·벤처기업에 약 90조원의 성장 자금을 공급했다. 지난 10년간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200조원에서 426조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3조5000억원에서 6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거래 비중 역시 10% 수준에서 20%대로 높아지며 시장 저변이 확대됐다.

반면 홍콩 성장기업시장(GEM)과 일본 자스닥(JASDAQ), 영국 에임(AIM) 등 해외 주요국의 강소기업 전용 증시는 크게 위축되거나 폐쇄됐다. 미국 나스닥을 제외하면 코스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술주 중심 시장이지만, 이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5000’이라는 목표를 바라보며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코스닥시장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일각에선 코스닥시장의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에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2017년 이후 코스닥시장에는 약 650개 기업이 신규 상장됐다. 같은 기간 퇴출된 상장사는 100여 개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증가율은 25%를 웃돌았다. 3~7% 안팎인 미국과 일본을 크게 앞질렀다.

일각에서는 혁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코스닥시장의 상장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상장기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코스닥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어렵다. 오히려 장기간 지속된 상장 활성화 과정에서 증가한 부실 상장사들이 불공정 행위에 휘말리며 시장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이는 코스닥시장 대표 기업들이 잇달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단편적인 상장사 수보다는 시장 건전성과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코스닥시장에서 스타 기업이 나오고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참여도 끌어낼 수 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금 회수 방식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0년간 코스닥시장의 시총이 약 두 배 늘어나는 동안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 규모는 2조1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상장사를 늘려도 벤처캐피털의 원활한 투자금 회수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다. 미국은 벤처 투자 회수금의 약 70%가 인수합병(M&A)을 통하는 데 비해 한국은 그 비중이 약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코스닥시장의 질적 도약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모험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려면 M&A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한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 신뢰 없는 시장에는 기업도, 투자자도 머물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이 혁신기업의 등용문이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르는 정거장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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