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다시 읽은 ‘기미독립선언문’은 새로운 울림을 주었다. 의료계 전체의 지지 속에 1년 넘게 투쟁해 온 전공의와 학생들의 울분과 결의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 우리의 할 일은 다만 나를 바로잡는 데 있을 뿐, 결코 남을 헐뜯는 데 있지 아니하도다”란 대목에서 숨을 멈췄다. 남을 원망하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나를 바로잡는 자기 성찰이 독립선언서의 가치였음을 새롭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료계에 어른은 없나?”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으면서도 말을 아껴왔다. 잃을 것 없는 기성세대의 침묵, 동료를 겁박하는 제자들을 타이르지도 못하는 비겁한 눈치 보기라는 질타도 견뎌왔다. 더욱이 ‘교수들은 착취 사슬의 중간 관리자’라는 모욕도 견뎌왔다. 선배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누적되어 온 의료 수가, 의료 사고, 일방적 규제 등 의료 폐해를 리셋하려는 젊은 세대의 용기를 지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