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식량안보, 전략적 수입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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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식량안보, 전략적 수입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수출은 좋은 것, 수입은 나쁜 것으로 여겨졌다.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경제를 일으키려면 원·부자재 수입을 위한 달러 확보가 필요했다. 그 당시 ‘수출입국(輸出立國)’은 시대적 과제였다. 수출은 경제성장의 엔진이었고 우리나라는 그 엔진을 통해 기적 같은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경제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국인 우리에게 ‘좋은 수출’은 결국 ‘좋은 수입’에서 시작된다. 품질 좋은 원재료와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 없이는 수출 경쟁력도, 국내 산업 생태계도 유지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수입은 식량안보의 핵심 축이다. 식량·사료·농축산물 등은 국내 물가와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안정적 수입 없이는 물가 안정도, 국민 식단도 지킬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통상정책은 오랜 기간 수출 중심 구조에 머물러 왔다. 수입기업, 특히 중소 수입기업은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국수입협회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중소 수입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환율 변동성, 높은 구매 원가, 자금 부담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으로는 △수입기업 전용 정책자금 확대 △금리우대·보증지원 △무역금융 강화가 상위권에 올랐다. 또 통관 절차 간소화, 국가·품목별 수입시장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검역·검사 절차 효율화도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정부의 지원 체계가 수입의 전략적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의 통상정책이 시장 현실과 충돌하는 사례도 있다. 호주산 소고기 세이프가드 제도가 대표적이다. 호주산 소고기는 외식·급식·가공업 등 민생과 직결된 산업에서 핵심 식자재로 쓰이지만, 현행 기준물량은 원산지별 시장 점유율과 실제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 결과 기준물량이 조기 소진되고 명절·성수기 전 관세가 급등하는 문제가 반복됐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키우고 국민의 밥상 물가 불안으로 직결된다.

식량안보는 단순히 식품산업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에서 식량·사료·에너지·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만 한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는다. 이제 정부의 통상정책도 ‘수출 중심’에서 ‘수출·수입 균형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

식량안보는 국내 생산만으로 지킬 수 없다. 핵심 품목의 전략적 수입을 지원하고, 기업이 안정적으로 조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전략적 수입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산업경쟁력, 물가안정을 지탱하는 국가 산업의 기반이다. 정부가 수입기업을 경제 안보 체계의 중요한 축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한국의 식량안보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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