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결혼한 거 기억 안 나?”
“에이, 무슨 소리야. 네가 벌써 결혼을 했다고?”
요즘 들어 부모님과 대화에서 이런 일이 잦아졌다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바로 경도인지장애(MCI) 때문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쉽게 말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 자주 깜빡깜빡하지만, 아직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이를 방치할 경우, 상당수가 1년 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학계는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후 8년 이내 치매(인지저하증)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2024 국가치매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약 22.5%가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있고, 그 중 약 15~20%는 1년 이내에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이 위기에 희망이 생기고 있다. 인공지능(AI)이라는 도구 덕분이다. 최근 AI 기술은 단순한 대화 기능을 넘어 사람의 언어 반응, 감정 표현, 집중력 변화까지 분석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해졌다. 이제는 우리 부모님의 인지 건강을 조기에 확인하고, 관리해주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게임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어르신의 기억력, 언어력, 주의력 등을 측정하고 미세한 변화를 기록할 수 있다. 정기 건강검진처럼 이상 징후나 수치를 보이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같은 알림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 나아가 AI는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운동, 식이요법, 두뇌 훈련 등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뇌 속에 치매 유발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줄이는 특허 유산균이 함유된 요거트가 등장했고, 이러한 제품들도 AI가 직접 추천하는 서비스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특히 자녀와 멀리 떨어져 지내는 고령층 부모님에게는 AI가 인지 건강관리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부모님이 매일 몇 분간 즐겁게 게임을 하고, 식사 후 요거트를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 치매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예방은 분명 가능하다. AI는 그 예방의 최전선에서 가족의 삶을 지키는 '작은 의료팀'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알려졌듯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대두되는 고령층의 기억력 감퇴와 경도인지장애, 치매는 단순 건강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 저하, 가족 돌봄 부담, 의료 재정 압박 등 국가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복지 차원에서 이를 접근했다면, 이제는 기술과 복지가 결합하는 시대로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AI 기반 인지케어 솔루션을 연구하면서 '인지케어매니저' 자격 과정을 개발하고, 치매 예방을 위한 교육·기기·케어푸드 융합 콘텐츠 등을 기획하고 있다. '기술과 돌봄을 연결'하는 에이징테크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기술 중요성의 인식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AI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돼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인지능력을 사전에 확인하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길 고대한다. 아울러 정부의 에이징테크 기술에 대한 관심도 당부드린다.

김정현 에이징테크연구소 대표 ardentcale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