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위상 누리면서 책무는 뒷전…선관위만 그럴까?
믿고 맡기더라도, 신뢰 저버리는 사태 막는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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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18일 오후 대전 동구 고려응방 인근에서 열린 '한국전통매사냥 공개 시연회'에서 매가 먹이모형(멍텅구)을 공중에서 낚아채고 있다. 매사냥은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돼 있다. 2014.1.18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우리 전통 가운데 사나운 매를 길들여 꿩을 잡는 매사냥이 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행해진 것으로 확인될 만큼 역사가 깊은 수렵 문화이다. 매사냥에서 매가 자유롭게 날아올라 사냥감을 잡으려면, 사냥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독립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의 발목에 끈을 매어두지 않으면, 매는 돌아오지 않거나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 매가 도망갈까 봐 끈을 너무 짧게 쥐면 매는 사냥 능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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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경찰과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6ㆍ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사태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6.6.11 dwise@yna.co.kr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과 부실 관리로 빚어진 참정권 침해 사태는 매의 발목 끈이 풀어진 것처럼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참사였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오랜 기간 독립적 위상을 누리면서 책무를 소홀히 하다가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선관위 외에도 헌법에 독립성이 보장된 기관이 더 있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헌재), 감사원 등이다. 위법에 대한 사법 조치 말고는 제대로 된 외부의 사무 감사를 받지 않는 이들 기관이 선관위처럼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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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DB]
국회는 입법부의 대표적 기관이라서 행정부가 감사하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대신, 국회의원은 선거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자체 윤리특별위원회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징계는 가뭄에 콩 나듯해서 '셀프 감시'의 한계성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법원과 헌재도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 감사원이 판사나 재판을 감사하면 사법 독립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관과 법관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과 같이 중대한 비위를 저질렀을 때 탄핵을 받을 수 있다.
감사원은 다른 공공기관을 감사하지만, 감사원을 감사하는 상위 기관은 없다.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장 탄핵, 검찰 수사 등으로 견제받고 있다. 여전히 '감사에 대한 감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숙제로 남아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삼권분립 원칙 아래 독립기관들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국회의원 불체포나 면책특권 남용, 정권 눈치를 보는 사법 농단, 공정성을 잃은 표적 감사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로 충돌할 수 있는 독립성과 책임성에는 매가 사냥꾼 손에서 벗어나 마음껏 날 수 있도록 하되, 발목에 끈을 완전히 풀어 놓지 않고 적절한 수준으로 매어두는 것처럼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믿고 맡기더라도, 신뢰를 저버리는 사태를 막는 장치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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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주요 대학교 총학생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한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연세인 공동행동 및 시국선언에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참가자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6.6.10 pdj6635@yna.co.kr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침해해 국민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선관위는 전면적인 개편을 위한 대수술 없이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어 보인다. 다른 독립기관들도 주인을 배신하지 않고 '언제나 돌아오는 매사냥'을 할 수 있도록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감시의 사각지대에서는 부조리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기 마련이다. 내부 감시나 자정 기능마저 작동하지 않을 때는 심각성이 커진다. 통제가 만능이 아니지만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을 갖춘 규율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국회는 의원들의 특권 줄이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른 독립기관도 혁신을 위해서는 폐쇄성을 벗고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등 시대정신을 반영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독립성에 날개를 달아준 국민에 엄중한 책임 의식으로 답해야 할 때다.
h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12일 07시0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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