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게 대해야 당당한 아이가 됩니다[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3 weeks ago 5

〈218〉아이도 부모도 우주에서 하나뿐인 존재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새해가 되고 만난 한 부모가 아이를 당당하게 키우고 싶다고 했다. ‘당당함’이란 뭘까? 이것은 잘못을 해놓고도 모른 척하는 뻔뻔함과 다르다. 우리는 매일 ‘나’와 지내고 산다. 다른 사람과도 지낸다. 그런데 더 오래 함께하는 것은 ‘나’다. 그래서 내가 나와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안하다. 내 마음이 편안하려면 어떤 모습이어도 나는 소중한 존재라고 느껴야 한다. 이것은 ‘자존감’의 기본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당당함은 자존감이 높은 상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당당할 권리가 있다. 언제나 행복하고, 당당할 수는 없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우주의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체로 행복하고 당당할 자격이 있다.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내가 뭘 가지고 있든 없든, 나의 직업이 뭐든, 내가 뭘 잘하든 못하든, 어떤 일에 자신이 있든 없든 그냥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로서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나는 귀한 사람이다.

아이를 당당하게 키우려면, 한 인간으로서 굉장히 귀하게 대해줘야 한다. 부모는 늘 아이에게 “너는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야. 나는 너의 생각, 너의 마음에 언제나 관심이 있고 너와의 소통을 귀하게 생각할 거야. 한 인간으로서 너를 잘 교육시킬 거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오냐오냐하면서 키우는 게 아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야. 하지 마라”라고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 한 인간으로서 잘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너는 어떻게 된 애가 그런 행동을 하니? 너 되게 나쁜 아이네”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비난이다.

아이를 귀하게 대할 때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비난과 비교다. 형제, 사촌, 주변의 다른 아이, 아니면 부모 자신과 아이를 비교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더 잘하라고 격려하기 위해서 겁을 주지도 말아야 한다. 이는 ‘협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협박’이 나쁜 것인 줄은 다 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많은 행동이 협박인 줄은 모른다.

아이가 책상에는 잘 앉아 있지만 성적이 안 나온다. 그럴 때 “너 이래 가지고 나중에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라고 말하는 것은 협박이다. ‘어떻게 살려고’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가 어떻게 당당할 수 있을까? 이 아이가 겁에 질려 열심히 해서 운 좋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갔다고 해보자. 하지만 누구라도 부러워할 대학에,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모두 자존감이 높지는 않다. 행복하지는 않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도 당당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럴 때 아이를 귀하게 다루는 것은 “너는 엉덩이가 진짜 무거운 것 같아. 책상에 오래 앉아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공부를 잘하지는 않아. 하지만 이런 면은 너의 굉장히 좋은 점이야”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좀 부족해도 마음이 당당하다.

이것은 부모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사실 인간을 이해하려면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를 알아가다 보면,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알게 된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우리는 자신에게도 항상 “나는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야. 그래서 나는 나의 생각, 나의 마음에 언제나 관심이 있고, 언제나 나와 귀하게 소통할 거야. 한 인간으로서 나를 귀하게 대할 거야”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비난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도대체 어떻게 살려고 그래?’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불안에 떨도록 협박해서는 안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귀하게 대해야 한다. 아이도 물론이지만 부모도 세상에 딱 한 명밖에 없다. 모두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다. 내가 없으면 나의 우주도 없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 예측하지 못한 희로애락을 다 겪는다. 행운도 찾아오지만 불행도 겪게 되고, 좋은 일도 있지만 나쁜 일도 있다. 누구도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럴 때 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정도에서 버티고 살아야 한다. 사람을 나무라고 해보자. 비바람이 불면 어떤 나무나 흔들린다. 그래도 뿌리째 뽑히지는 않게 버텨야 한다.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바로 자존감이 높은 상태인 ‘당당함’이다. ‘당당함’이 있어야 세상에 뿌리를 잘 내리고, 이 세상을 딛고 잘 살아갈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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