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이 현재 5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억원 자산가의 상속세를 왜 100억원이나 깎아줘야 하나”라며 최고세율 인하에 완강히 반대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초부자 감세론’을 무색하게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말 상속세 최고세율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인하 찬성 의견이 69%로 압도적이었고, 반대는 19%에 그쳤다. 정치 성향에 따른 차이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자신을 중도 성향, 진보 성향이라고 한 응답자의 각각 65%가 최고세율을 내려야 한다고 봤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63%가 세율 인하에 찬성했다. 이 대표와는 달리 최고세율 인하를 초부자 감세가 아니라 ‘징벌적 세율의 정상화’로 보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은 최근 배우자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고 일괄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안의 골자인 최고세율 인하와 대주주 상속 주식에 대한 20% 할증 과세 폐지는 쏙 뺐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세금 부담 완화가 아니라 중산층 표심을 얻기 위한 카드라는 속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며 근로소득세 개편까지 들고나와 중산층 감세를 강조하는 민주당도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가 단순히 부자들 세금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 아님을 뻔히 알 것이다. 만약 모른다면 민심을 읽지 못하는 것이고, 알고도 초부자 감세 공세를 펴는 것이라면 진정성 없는 중도보수론에 불과하다.
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60%까지 치솟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최고세율을 그대로 두고서 기업가정신과 기업 주도 성장을 논할 수는 없다. 상속세 부담에 가업을 잇지 못하고 기업이 사모펀드에 넘어가거나 경영권 분쟁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정도다. 상속세 개편을 놓고 연일 난타전을 벌이는 여야 모두 이 문제만큼은 선거 공학이 아니라 경제 전체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풀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