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 AI' 타이틀 두고 혈전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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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KT, LG AI연구원,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국가대표 AI 모델’이란 명예를 거머쥐기 위한 혈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처음 5개사를 선발해 최종적으로 2곳을 남길 예정이다. 최종 승자는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 서비스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실적 측면에서 ‘퀀텀 점프’가 예상된다.

'국가 대표 AI' 타이틀 두고 혈전 벌어진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4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공모가 마감된다. 독자 AI 파운데이션은 해외 모델의 파인튜닝(미세 조정) 등으로 개발한 파생형 모델이 아니라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 등을 수행한 국산 모델을 뜻한다. 국내외 벤치마크 등에서 글로벌 AI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내는 것이 목표다.

AI 개발 능력을 갖춘 국내 주요 IT 기업 상당수는 이미 진출했거나 참여를 조율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독자 구축한 ‘에이닷엑스 3.1’을 공개하며 사업 신청의 뜻을 밝혔다. SK텔레콤은 구축 단계부터 자체 기술을 적용하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KT는 3일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도전장을 냈다. KT는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GPT 기반 한국어 특화 모델 개발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자체 모델에 다시 힘을 주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AI 전문 자회사 NC AI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16일 ‘바르코-비전 2.0’을 오픈소스로 내놨다.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한 네이버와 엑사원을 개발한 LG AI연구원도 사업에 참여할 전망이다. 네이버 출신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과 LG AI연구원장을 지낸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이 AI 관련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어 두 기업 모두 공식적으로는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카나나’를 개발한 카카오 역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코난테크놀로지, 이스트소프트, 솔트룩스 등 중소·중견 AI 기업도 참여할 계획이다.

다음달 5개 정예 팀을 우선 선발한다. 연말까지 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 상반기 4개 팀, 하반기 3개 팀, 2027년 2개 팀으로 지원 대상을 줄여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선정된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 인재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GPU는 사업 첫해 엔비디아의 H100 1000개 또는 B200 500개를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B200 1000개로 지원 규모를 늘린다. 아울러 2027년까지 총 628억원을 들여 각 기업에 AI 모델 학습에 쓸 맞춤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 우수 AI 연구자 영입에도 총 250억원을 지원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글로벌 AI 모델 의존으로 파생되는 기술, 문화, 국가적 종속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핵심 전략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제공하면 민간과 공공에서 이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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