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최혜령]많이 벌면 ‘초과이익’인가… 명확한 기준부터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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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령 정책사회부 기자

최혜령 정책사회부 기자
정권을 막론하고 직장인들의 고액 성과급 논란은 기업의 ‘초과이익 환수제’, ‘횡재세’ 같은 이익 재분배 논의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이 쏘아올린 성과급이 ‘초과이익’ 혹은 ‘초과이윤’ 재분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초과이익 재분배 논의는 5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에도 정국을 들썩이게 했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과 은행권의 이익이 급증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익공유제’를 던졌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야당과 경영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경영계가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이 ‘이익 산정이 불명확하다’는 점이었다. 기업의 손익이 코로나19로 인한 것인지, 제품 경쟁력으로 인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논란이 계속되다 흐지부지됐다.

지난 정부에서는 은행이 타깃이었다. 고금리로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권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300%에 이르는 성과급을, 희망퇴직자에겐 6억 원가량의 퇴직금을 줬다. 대통령실에서는 ‘이자 장사’, ‘은행 돈잔치’ 등 거친 발언이 이어졌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횡재세’ 성격의 부담금을 매기는 법안을 내놨지만 여당 국민의힘은 “횡재세는 포퓰리즘”이라며 시장 원리에 맞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맞섰다. 결국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최근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수억 원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초과이익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 과실 일부는 전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며 ‘국민배당금’ 논의를 띄울 때만 해도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 나라 곳간에 들어갈 약 70조 원의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언급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세금 빼고, 이자와 판매관리비 빼고 남은 이익”이라며 ‘초과이익’을 다루자고 나섰다.

그동안 기업 이익이 무엇을, 얼마나 ‘초과’한 것이어야 재분배 대상이 되는지는 논의 바깥에 있었다. 증권사들이 매 분기 내놓는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넘어선다는 건지,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50% 이상 늘었다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저 업종이 너무 돈을 많이 번다’는 여론이 기준인지 알기 어렵다. 성과급 대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이 박탈감을 느끼면 초과이익인지 모호하다. 초과이익 분배 논의를 하기 전에 정부가 생각하는 초과이익의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하는 이유다.

또 한 가지, 정부는 기업이 부담하는 최고세율 25%의 법인세 외에 별도의 초과이익 배분이 왜 필요한지도 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 들어올 수십조 원의 추가 세수를 어떻게 쓸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 전기 등 지역사회 인프라도 기업 성장에 기여했다”는 발언이 나오지만 70조 원의 추가 세수라면 지역사회 인프라를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어디에 쓸지’를 고민하기 전에 ‘왜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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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령 정책사회부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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