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높은 돌봄 비용이 저출산의 큰 원인’이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을 추진할 때부터 이 사업의 초점이 비용에 맞춰져선 안 된다고 봤다. 사실 돌봄 비용이 높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부모들이 장시간 근로하면서 돌봄 인력에게 맡기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지 가사관리사의 절대적인 인건비가 높기 때문은 아니었다. 실상 국내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을 비롯한 처우는 열악하다. 돌봄 인력이 자꾸 줄어들고 고령화하는 이유다. ‘저렴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이런 국내 가사관리사들의 처우를 더 열악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었다.
근본적인 해법은 맞벌이 가정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 근로를 확대하는 데 있었지만 정부는 임기 초 자신했던 노동 개혁에는 손을 못 대고 먼저 외국에서 저렴한 돌봄을 들여오겠다고 나섰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준다는, 국제적 노동 상식을 뛰어넘는 계획까지 내세웠다. 결국 정부의 야심(?) 찬 초안이 실현되지 못하면서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시급은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4대 보험을 더한 1만3700원(2월 현재 1만3940원)으로 책정됐다. 민간 가사관리사에 비해서는 저렴하지만, 다자녀 할인 등 각종 할인이 붙는 공공 아이돌보미에 비해서는 크게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애매한 금액이었다.
문제는 이제 이마저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상 입국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퇴직금을 받을 자격이 생겨 급여가 오를 수밖에 없다. 금액이 얼마나 오르냐에 따라 이용자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고용부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수요 조사에 따르면 시범 사업 중인 서울시를 제외하고 가사관리사를 이용하겠다는 사람은 지자체별로 20명이 채 안 됐다.서울시는 기존 가사관리사 지원 제도를 통해 지원에 나서는 등 긴급 수혈에 나섰다. 고용부는 시범 사업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사업이 시범 상태일 순 없다. 정부는 비용 인상을 보전할 재원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원을 찾더라도 ‘언제까지,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 하는 숙제가 남는다. 여러 반대를 뚫고 정책을 전격 도입한 정부 입장에서 비용을 올리거나 본 사업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계륵이 된 이 사업은 애초에 저렴한 돌봄을 들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으로 시작됐다. 당장은 지원금으로 지금의 부담 수준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계속 지원금을 쏟아붓긴 어렵다. 정부 계획대로 전국 단위 본사업으로 확장할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당장의 땜질이 아니라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다른 장점을 발굴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저렴하기만 한 돌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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