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윤상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국면에서 보여준 행보에 대해 한 국민의힘 후배 의원은 이렇게 비판했다.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서 나 의원이 “우리 안에 기회만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을 분쇄하자”고 한 발언을 비튼 것이다. 5선인 나 의원과 윤 의원의 지역구는 각각 서울 동작을과 인천 동·미추홀을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여당의 참패 속에서도 수도권 험지에서 민심의 선택을 받아 생환한 여당 간판 의원들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한때 비윤(비윤석열)계로 통했던 나 의원과 윤 의원이 이념적으로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수도권 중진 의원들이 광장 정치로, 아스팔트 정치로 가버린 것이 문제”라고 했다. 3·1절에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두 의원은 단상에 올랐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은 정말 용기 있는 지도자”라며 대통령 직무 복귀를 주장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라며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했다. 최근 나온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에선 탄핵 찬성 응답이 60%, 반대한다는 응답이 35%였다. 중도층에선 탄핵 찬성이 71%, 반대가 22%였다.
두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자 헌법재판소를 향해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위주인 당 지도부보다 한층 강경한 메시지다. 윤 대통령도 두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밀착하고 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고맙다’, ‘고생 많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내가 (윤 대통령에게) 기도문을 드려서 그 기도문으로 매일 아침 기도 생활을 하셨다고 하더라”고 했다.두 의원이 지적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정당성, 적법성 문제는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메신저’를 자처하며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는 두 수도권 중진 의원의 메시지가 중도층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이 참패했던 지난해 총선에서 민심과 괴리된 대통령실에 대해 비판하던 두 중진 의원의 달라진 모습에 한 여당 지도부 핵심 인사는 “자기 장사를 위해 오버하다간 중도층에게 반감만 살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일로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이 100일째다. 지금 국민의힘은 ‘계엄의 강’을 건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때지만 윤 대통령이 당에 내민 손을 뿌리치지 못해 칡넝쿨처럼 엉켜가는 모습이다. 윤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가장 먼저 앞장섰다.
집권 여당이지만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수도권 의원은 19명에 불과하다. 수도권 전체 의석 122석 중 15%다. 나 의원은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 “국민 마음에 가까이 가는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수도권 승리에 필요한 민심 읽기, 전략, 메시지가 너무나 부족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수도권과 중도층이 키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 가서 민심을 소중히 여긴다고 한들 누구 귀에 가 닿겠나.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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