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명태균 특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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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정치부 차장

김지현 정치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진술이 끝났고, 탄핵 심판은 이제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윤 대통령의 권력은 꺾였고, 그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이제 우리는 회복과 치유를 위한 다음 스텝을 고민해야 할 때다.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번에는 제발 좀 그나마 더 나은 사람을 리더로 뽑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명태균 이슈부터 확실히 털고 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명태균의 입이 여권을 ‘블랙홀’에 빠뜨린 지도 어느덧 6개월째다. 구속된 뒤로도 이어지는 그의 폭로는 아직도 여권의 주요 잠재적 대선주자들을 흔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 측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측근에게 대납하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2년 6월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역시 명 씨 측 여론조사 비용을 측근에게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두 사람의 강력 부인에도 ‘오 시장과 명 씨가 몇 차례 만났다더라’, ‘홍 시장의 아들이 명 씨에게 잘 살펴봐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더라’ 등 온갖 추가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주변에 “이들을 뽑고 싶어도 제2의 ‘이재명 사법 리스크’ 사태가 되풀이될까 두려워서 못 찍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선뜻 지지하긴 어렵다는 사람들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지난 수년간 여야 간의 끝도 없는 갈등과 충돌을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해 국회에서 될 일도 안 되게끔 여러 번 발목을 잡았다. 정말 지긋지긋한 지도자의 사법 리스크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명태균 의혹을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누굴 죽이기 위한 특검이 아니라, 누굴 뽑아도 안전할지를 가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특검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야는 명태균 특검을 오로지 정쟁용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 공격용 특검’이라고 반발하며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특검에 대한 표결을 거부한 채 퇴장해 버렸다. 국민의힘 주특기인 회피하기다. 그래놓고는 아직 전체회의 통과도 안 된 법에 대해 벌써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한다. 그럴수록 더 이상해 보인다. 국민의힘이 과거 줄기차게 이재명을 향해 외쳤던 말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 아니던가.

홍 시장과 오 시장 말대로 여권이 정말 명태균 의혹 앞에 자신이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어디 한번 다 털어 봐라’라고 ‘선방’을 날려야 할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7년 12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 대통합민주신당이 요구한 BBK 특검법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똑같은 공방만 되풀이되던 대선 정국을 정리했다.

대신 민주당도 명태균 특검을 ‘상대 죽이기’용으로 악용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뢰를 보여야 한다. 국민의힘이 민감해하는 당사 압수수색 가능성 및 언론 브리핑 등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설득해야 한다. 무작정 힘으로 눌러 강행 처리해 버린 뒤 거부당하면 재의결에 부치고, 결국 부결로 폐지시키는 바보들의 행진은 이제 멈춰야 한다. 그러기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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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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