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를 성공으로 이끈 량원펑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지난해 11월 현지 전문 매체인 차이나토크에 량원펑과의 장문 인터뷰가 실렸다. 아직 세상의 주목을 끌기 전 량원펑의 생각과 포부가 담겼다. 일부 문장들을 통해 량원펑에게는 있고 우리에겐 없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볼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명문대를 갓 졸업했거나 박사 과정 중인 젊은이들이다.’ 알려져 있듯 딥시크의 150명 안팎 직원들은 2030세대가 주류다. 대부분은 직업 경력이 없는 신입 직원이다. 이런 채용 철학에 대해 량원펑은 기존 경험이 있는 이들은 그 정해진 루트대로 사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랜 노동 경직과 인력 적체로 신규 채용마저 없애는 게 한국 기업들의 현주소다. 동아일보가 4대 그룹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기반으로 임직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임직원 중 20대 이하 비중이 2023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나머지 그룹 대표 계열사들도 이미 30%를 밑돈다. 창의와 혁신보다는 당장의 조직을 유지하는 데 투입 가능한 경력 채용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최고의 인재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끌린다.’ 량원펑과 함께 주목받는 건 중국의 토종 과학 인재들이다. 수학 천재였던 량원펑 본인뿐만 아니라 딥시크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30세 뤄푸리, 문샷AI의 양즈린 등 국내파 이공계 스타의 지속적인 유입과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다. 이공계의 진로 불확실성으로 의대 쏠림이 고착화되고,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백년지대계는커녕 연구개발(R&D) 예산조차 삭감하고 있는 국내의 인재 환경이 새삼 씁쓸해지는 대목이다.
‘우리는 중국이 무임승차자가 아닌 기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량원펑은 2023년 딥시크를 창업하며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AI)을 만들겠다’는 꿈을 내걸었다. 또 그간 서구가 주도해 온 첨단산업에의 무임승차를 멈추고, 근본적인 기술 혁신을 자국에서 해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었다. 결국 물질적 보상을 뛰어넘는 한 개인의 꿈이 딥시크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이끈 것이다. 보상과 처우에 따라 삼성에서 SK로, 또 그 반대로, 혹은 해외 기업으로 명함을 바꾸며 ‘남에게 뒤지지 않는 연봉’만이 유일한 유인이 돼 버린 우리의 직장 문화에는 그런 꿈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그런 게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해진 김범수 창업자가 삼성을 박차고 나와 1세대 정보기술(IT) 벤처 신화를 연 적이 있었다. 김정주 창업자가 작은 오피스텔 책상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신화를 쓴 적이 있었다. 지금 량원펑에게 있지만 우리에게 없는 것들은 원래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다. 딥시크 쇼크로 미국이 틀어쥐고 있던 고비용 AI 산업 구도의 균열은 분명 시작됐다. 이를 경종으로 받아들이고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불씨이자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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