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 들고 뛰던 두 청년, 박지성 친구들과 축구팀 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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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 들고 뛰던 두 청년, 박지성 친구들과 축구팀 창단

리오 퍼디난드, 파트리스 에브라, 라이언 긱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에드윈 판 데르 사르….

박지성과 함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동료들이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레전드 매치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은퇴한 이들이 OGFC(The Originals FC)라는 독립 구단을 창단해 치르는 첫 경기다.

이 거물급 선수들을 한데 모은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이벤트 제작사 ‘비카인드’의 김동준·최준우 공동대표다. 지난 27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두 대표는 “맨유 형님들이 양복을 차려입고 원정길에 오르는 낭만을 재현하고 싶었다”며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자존심이 걸린 ‘진짜 승부’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대표가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의 기획을 확신하게 된 계기는 재작년과 작년 여름에 열린 ‘아이콘 매치’였다. 비카인드는 이 행사의 기획과 선수 섭외를 총괄했다. 당시 티에리 앙리, 디디에 드로그바 등 축구 전설들을 대거 한국으로 불러 모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김 대표는 그 순간 더 큰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박지성 선수와 뛰던 맨유는 무적이었잖아요. ‘형님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뭉치면 어떨까’ 싶어 채팅방에 운을 띄웠더니, 다들 ‘당장 하자’며 뜨겁게 호응했습니다.”

OGFC의 첫 상대는 K리그 명가 수원 삼성 레전드 팀이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수원 역시 서정원, 고종수, 염기훈 등 전설이 총출동한다. 최 대표는 “수원 팬들의 축구 열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열띤 응원전에 OGFC 선수들도 아드레날린을 뿜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는 ‘승률 73%’라는 파격 조건이다. OGFC는 이번 경기를 시작으로 글로벌 투어를 계획 중인데, 맨유 전성기 승률인 73%에 못 미치면 팀을 즉각 해체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 대표는 “황금기를 이끈 스타들이 현역 시절만큼 경기에 진심”이라며 “승부욕을 다시 불태우는 만큼 치열한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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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기준 유튜브 영문 채널 구독자 수는 290만명(국내 채널 177만명). 지금은 세계적 스타들이 찾는 채널이 됐지만, 시작은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이었다. 2011년 재미있는 기부 문화를 만들겠다는 꿈으로 플랫폼 비카인드를 설립한 두 대표는 2014년 ‘슛포러브 캠페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축구에 양궁을 접목해 선수들이 맞힌 과녁 점수에 따라 1점당 1만원씩 적립해 소아암 환아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초창기 선수 섭외 과정은 무모함 그 자체였다. 2015년 첼시의 전설 존 테리를 섭외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당시 무작정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 두 대표는 그가 ‘호숫가 근처 저택에 산다’는 현지 기사 한 줄에 의지해 부촌 일대를 샅샅이 뒤졌고, 며칠간의 잠복 끝에 그를 섭외했다고 했다. 국경을 넘은 이들의 순수한 열정은 곧 세계적인 스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손흥민, 카를레스 푸욜, 라울 곤살레스 등이 릴레이 기부에 동참하며 채널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회사의 몸집은 커졌어도 ‘착하게 살자’는 비카인드의 뼈대는 굳건하다. 기부금도 꾸준히 늘려 지난해에만 약 8000만원을 쾌척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며 누군가에게 도움도 되는 선순환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 대표 역시 “이왕 열정을 쏟을 거라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자는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축구 콘텐츠를 통한 기부 활동이 결코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걸 앞으로도 계속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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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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