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다. 취임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는 문구로 개편하며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2020년 조 바이든이 대선 승리 직후 사용한 구호를 차용한 것이다. 전임 행정부의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워싱턴DC 캐피털원아레나에서 대대적인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명령 철회 행사를 열었다. 대부분 대선 공약에서 강조한 분야였지만 세계가 우려한 ‘보편 관세’는 언급되지 않았다. 관세정책보다는 이민 강화와 에너지 독립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고 중국 견제 수위는 예상보다 낮았다.
그는 먼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강경한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멕시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고 난민 신청 절차를 전면 중단하는 한편, 미국에서 출생한 외국인 부모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 제도의 개정도 추진했다. 그러자 불법 이민자 의존도가 높은 농업, 건설, 서비스 산업에서 노동력 부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취임 첫날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너지 패권 회복’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그는 미국을 다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시키며 자국 에너지산업의 독립성과 주도권 강화를 강조했다. 이런 조치는 미국 내 에너지산업 활성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국제사회의 기후 변화 대응에는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칭 ‘관세맨(tariff man)’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즉각적인 관세 부과를 보류했지만, 대외수입청을 신설해 수입세와 관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관세 수입을 확대하고 자국인 소득세 대신 관세 중심으로 세수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추진했다. 물론 관세 부과 계획을 한 달 연기하기는 했지만 이 사건으로 북미 경제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거치면서 긴밀하게 통합된 북미 경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신정부 출범은 한국과 미국 간 새로운 경제 협력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전력 기자재, 조선,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기술 협력 및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The golden age of America)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이 자국의 정치·경제적 안정과 국제적 영향력을 회복시킬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과 혼란을 초래할지가 세계의 관심사다. 미국은 이제 또 다른 실험의 출발점에 섰다.
고희채 KOTRA 워싱턴DC무역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