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주의 테크 인사이드] 마윈 복권시킨 시진핑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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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테크 인사이드] 마윈 복권시킨 시진핑의 자신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지난 17일 중국 8대 테크 수장과의 만남에서 단연 화제가 된 인물은 마윈이다.

영어학원 강사에서 한때 중국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그는 이날 전까지만 해도 도쿄클래식CC에서 골프로 소일하는 모습이 목격되곤 했다. 그랬던 마윈이 중산복(中山服) 차림으로 등장해 시 주석과 악수를 나눴다. 이날 시 주석 손을 잡은 인물은 3명인데 마윈이 그중 한 명이었다.

상당히 파격적인 대우다. 마윈도 이 악수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이는 고도로 계산된 중국 당국의 메시지다. 시 주석 눈 밖에 나면 회생이 불가능한 중국에서 마윈이 다시 등장한 것 자체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마윈은 중국 정치가 쑨원이 1911년 신해혁명에 성공한 뒤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고안한 근대 예복을 입고 나옴으로써 충심을 드러냈다. 중산은 쑨원의 호다. 이날 주요 테크인 중 중산복 차림은 마윈이 유일했다. 왕치산 국가부주석 면전에서 공산당의 규제 본능을 질타하던 4년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유일하게 중산복 입은 마윈

[강경주의 테크 인사이드] 마윈 복권시킨 시진핑의 자신감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중국 언론에 등장한 마윈 직함은 알리바바그룹 고문 혹은 파트너다. 아무리 중국이라지만 공식 직책도 없는 그를 시 주석은 왜 중용하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이 유력하다.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 공산당이 민간기업 사기를 올려주려는 목적으로 마윈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이다.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경쟁에 뒤처지면 중국은 19세기의 굴욕을 다시 맛봐야 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간담회에 마윈을 참석시킴으로써 첨단 테크 기업에 힘을 실어줬다. 그뿐만 아니라 8대 테크 수장과의 간담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이벤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빅테크 대표들을 도열시키고 이튿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함께 5000억달러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美의 일탈을 기회로 삼은 中

마윈이 ‘중요한 미션’을 부여받았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마윈은 20일 알리바바 투자자 설명회에서 “앞으로 3년 동안 AI 분야에 지난 10년간 투자한 총액(약 220조원) 이상을 공격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가 지난달 새로운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출시하는 등 알리바바 역시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긴 했지만 20일 마윈의 발언은 그가 손 회장과 비슷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영어 이름 ‘잭 마(Jack Ma)’를 쓰는 마윈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데다 손 회장과도 친분이 두텁다. ‘10분 만에 투자 결정을 내렸다’는 손 회장과 마윈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미·중이 벌이고 있는 테크 전쟁은 아주 작은 국지전조차 그 결과가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웃 나라 중국의 강성은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그나마 미국이 첨단 반도체칩 수출 금지 등 중국의 급소를 누르고, 중국 공산당이 기업인을 탄압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마윈의 복권은 이 같은 기대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정부가 독재 정부를 옹호하는 등 일탈을 서슴지 않는 틈을 타 중국은 세계 각국에 친교의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바닥 밑엔 ‘중국에 투자하라’는 메모가 적혀 있을 것이다. 마윈 등 기업인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미국과의 일전을 준비 중인 중국의 테크 위세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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