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사상 첫 '트럼프 국부펀드'…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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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사상 첫 '트럼프 국부펀드'…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관세, 안보에 이어 금융 분야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동되기 시작됐다. 첫 명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보다 큰 국부펀드를 만들라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활성화된 미국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트럼프 국부펀드’가 조성되면 앞으로 상전벽해와 같은 대변혁(sea change)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부펀드연구소(SWFI)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현재 1조7338억달러 규모로,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크다. 총 9250억달러인 PIF는 여섯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부펀드 행정명령에 한술 더 뜬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화답대로 미국이 2조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하면 단숨에 세계 1위로 등극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떨어지면 주무 부서는 90일 내 실천 계획을 마련하고 1년 내 마무리해야 한다.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초기 1년의 성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다. 벌써부터 취임 1주년 기념식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美 역사상 첫 '트럼프 국부펀드'…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나오자 시장에서 국부펀드 조성에 대한 기대보다 ‘의문’을 제기하는 점도 색다르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가뜩이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누적된 여건에서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다. 또 다른 하나는 조성된 재원을 어디에다 쓸 것이냐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관세 수입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부펀드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재원 안정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가격할증 수단이다. 교역 상대국이 가격할인 수단인 자국 통화 평가절하로 대응하면 무력화되는 맹점이 있다.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는 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위험수위인 100%를 넘은 상황에서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국채 소화 과정에서 국채 금리가 급등해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후 수단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매입하는 ‘부채의 화폐화(bond monetization)’ 방안에 의존할 것이라는 시각이 통화론자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집권 1기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충돌을 빚은 Fed와 제롬 파월 의장이 이 요구를 수용하면, 설립 이후의 전통인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트럼프 시녀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반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공약이 담긴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 계획’에 Fed 개편안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집권 2기 마가 정책 달성을 위해 최대 장애가 될 Fed를 폐지하거나 금리 결정 권한을 갖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의 인사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첫 번째보다 쉬운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PIF의 투자처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하다. PIF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자신의 왕위 등극을 위한 수단으로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막을 옥토로 개조하고 수도 리야드의 고층빌딩을 뉴욕보다 높일 것이란 네옴시티 구상이 핵심이다. 뉴욕 빌딩 높이가 리야드보다 낮아진다는 것은 부동산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쉽게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인 노벨 평화상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정부 때 흐트러진 이스라엘-사우디-미국 간 수니파 벨트를 재구축해 이란-이라크-러시아(혹은 중국) 간 시아파 벨트를 밀어내면 이란 핵과 중동 불안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취임 후 처음 연 정상회담 결과에는 이 같은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린란드, 북한 해안지구 등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를 사들여 세계 지배력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눈에 들어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잘한 부동산 계약으로 알래스카 매입을 꼽았다. 집권 2기에는 국부펀드 재원을 활용해 제2의 알래스카 딜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가운데 북한 해안지구를 사들여 휴양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 경제적 이익을 떠나 남북 관계를 비롯해 동북아시아 지역의 세력 균형을 찾는 데 묘수가 될 확률이 높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미국 역사상 처음 조성될 국부펀드는 우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앞으로 나올 실천 계획과 자금 조성·사용 과정에서 나타날 대변화를 예의주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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