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운이 따르지 않는 톱랭커 중 하나다. 유럽투어인 DP월드투어에서는 7승이나 거두고 작년 파리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유독 미국에서는 아직 우승이 없다. 지금까지 PGA투어 159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과 3위를 각각 6번, 5번 기록했다. 톱5만 28차례 기록하며 PGA투어에서 3112만2462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우승이 없는 선수 중 상금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바로 플리트우드다.
지난 23일(한국시간) 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노렸지만 72번째 홀에서 보기를 범해 1타 차로 키건 브래들리(미국)에게 트로피를 넘겼다. 실망감 가득한 표정으로 홀을 빠져나온 그는 클럽하우스 옆에서 기다리던 아내 클레어와 아들의 진한 포옹을 받았다. 그 위로에 힘입어 플리트우드는 "매우 실망스럽지만 가능한 빨리 다시 우승기회를 만들어 잘하고 싶다"고 희망을 말했다. 가장 힘든 순간, 아내가 든든하게 힘이 되어준 것이다.
PGA투어에서 불운한 그이지만 클레어와의 러브스토리에서는 스포츠계 최고의 '위너' 중 하나로 꼽힌다. 플리트우드는 23살 위인 클레어와 2017년 12월 바하마에서 결혼했다. 클레어가 2015년 햄브릭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부사장에 오르며 플리트우드의 매니저가 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됐다.
매니저와 선수로 만난 이들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플리트우드가 데이트 요청을 했지만 클레어가 큰 나이 차이 때문에 거절한 탓이다. 이전의 결혼에서 2명의 아들이 있었기에 클레어는 더욱 완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플리트우드는 그녀가 승낙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고 결국 마음을 얻어냈다.
두 사람이 연인관계로 발전하면서 클레어는 매니저 역할을 내려두고자 했다. 하지만 플리트우드의 커리어에서 같이 일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지금까지 계속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해오고 있다.
플리트우드는 아내에 대해 "매우 현명하고 나보다 더 정확하게 상황판단을 한다"며 "클레어를 내 에이전트로 두는 건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고 가족 뿐 아니라 나 개인을 위한 결정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23살의 나이 차이도 두 사람의 사랑에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클레어는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고 난 더 늙어보인다. 아마 햇빛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나이가 서로 바뀌었으면 사람들이 별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다시 한번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플리트우드는 파워풀한 스윙과 다정한 웃음, 훌륭한 인품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웃음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웃는 표정을 그린 골프공으로 경기한다. 클레어의 매니지먼트와 사랑으로 플리트우드가 미국 땅에서도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혜원 KLPGA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