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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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시대

요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보인다. 너도나도 자신이 ‘어떤 일을 디렉팅했다’고 말한다. 직업에도 유행이 있듯, 최근에는 ‘기획자’나 ‘디렉터’라는 타이틀이 선망의 대상이 된 듯하다. 프로젝트에 조금만 관여해도, 아이디어 회의에서 한두 마디 보태도 스스로 ‘디렉터’라고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디렉터라는 직업은 단순한 타이틀이 아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깊은 공부와 탐구, 경험과 통찰이 쌓여야 제대로 된 ‘디렉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제 막 기획을 시작한 사람조차 자신을 디렉터라 칭하는 모습을 보면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가 떠오른다.

더닝-크루거 효과란, 경험이 적고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을 뜻한다. 어떤 분야에 대해 조금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역량을 과신하기 쉽다. 기획을 몇 번 해보거나 프로젝트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으면 마치 전문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진짜 전문가가 될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는 걸까?

우선,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피상적인 지식만으로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유튜브 영상, 짧은 SNS 글만으로 사회 문제를 꿰뚫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검증 없이 얻은 단편적인 지식은 쉽게 무너지고, 오류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환경이 더닝-크루거 효과를 더욱 부추긴다. 현실에서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다가도 온라인에서는 확신에 찬 전문가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감이 미덕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SNS에서는 ‘자기 확신’이 강조되면서 실체 없는 허세가 무지를 감추는 도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진정한 지식인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처음부터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배움을 지속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결국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나는 이것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시대엔 경험과 통찰을 쌓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양질의 콘텐츠를 전달해야 한다. 이제 막 기획을 시작한 사람들은 타이틀만 좇기보다 깊이 있는 공부와 통찰을 쌓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어느 순간 더닝-크루거 효과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성장의 출발점이다. 진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인정할 용기가 필요하다. 타이틀보다 실력을 먼저 고민할 때, 우리는 더 깊이 있는 배움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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