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PR은 '관계 맺기' 직업…신뢰가 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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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PR은 '관계 맺기' 직업…신뢰가 재산

내 직업은 관계를 맺는 일이다. 모든 직업에서 사람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지만 PR(Public Relations)이나 커뮤니케이션처럼 직업명 자체에 ‘관계’를 뜻하는 말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직업이라고 하기엔 꽤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처럼 명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업을 소개하면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이 돌아올 때도 있다.

PR은 주로 언론과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PR 담당자는 언론 보도자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사의 소식과 성과를 전달한다. 회사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면 내외부를 오가며 신속하게 대응하는 역할도 맡는다. 비슷한 직업인 CR(Corporate Relations)은 정부, 규제기관, 협회 등 회사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다. 주로 산업 발전이나 규제에 대한 정책 의견을 조율하는 일을 한다. 다만 회사마다 상황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일의 경계가 상당 부분 겹치기도, 분리되기도 한다.

PR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홍보다. 홍보는 ‘널리 알리다’라는 의미로, 자신이 가진 지식과 역량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일방향적인 행위에 가깝다. 그러나 PR, CR은 사람 간 관계 맺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대중, 언론, 이해관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맞춰 유연하게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운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다 보면 콘텐츠 완성도, 채널 인지도, 즉각적인 반응 등을 홍보 성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관계의 깊이는 단순히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단어 하나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전략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생략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 결국 메시지와 채널은 관계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커뮤니케이션 업무의 본질은 관계 형성이다. 관계 맺기의 진정한 성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기대만큼 메시지가 널리 퍼지지 않았다고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고, 담당자의 MBTI(성격유형검사)가 E(외향적 성향)가 아니라서 활발하게 홍보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커뮤니케이션도 논리와 규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긍정적인 신뢰를 얻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내의 덕목을 지녀야 한다. 관계에서 쌓은 신뢰는 그만큼 귀한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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