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채용 시장은 구직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녹록지 않았다. “공고는 냈지만 괜찮은 지원자가 없다”는 인사담당자의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구직자들은 입사 지원에 더 신중해졌다.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곳에 도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캐치가 이달 초 20대 구직자 14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상반기에 단 한 곳에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원 비율은 29%에 불과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5곳 이하를 선별해 지원했다. 구직자는 단순히 연봉과 복지뿐 아니라 조직문화, 채용방식, 성장 가능성까지 따져 기업을 선택한다.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보여주는 ‘태도’는 선택의 기준이 된다. 구직자는 기업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지를 유심히 관찰한다.
이런 변화는 기술 진화와 무관하지 않다.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시스템과 자동화한 채용 프로세스는 채용 효율성을 높였지만 구직자들은 점점 더 ‘나를 위한 채용’을 기대하게 됐다. 내가 먼저 기업을 찾기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란다.
AI 기술이 채용 구조를 효율화했다면 그 판을 바꾼 것은 구직자의 인식 변화다. 이제 채용은 단순히 공고를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구를 찾을 것인가’를 정의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설계하는 것이 기업에 새로운 과제가 됐다. 이는 단순한 채용 활동이 아니라 인재를 유인하는 브랜딩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채용은 기업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 됐고, 마케팅 전략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변화를 시도한 기업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와 SK AX는 대학가 앞 채용 카페에서 설명회를 열고 현직자가 구직자와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기업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HD현대는 유튜브 기반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더 넓은 타깃층에 회사와 직무 정보를 효과적으로 알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다리는 채용’에서 ‘찾아가는 채용’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AI가 채용의 외형을 바꿨다면 브랜딩은 그 본질을 설계하는 일이다. 구직자는 이제 정보보다 ‘태도’에 반응한다. “이 회사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구직자에게 보내는 것, 이것이 설득의 출발점이다.
지금의 채용은 단순한 인력 모집이 아니다.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브랜딩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 인재를 얻는 기업은 먼저 다가가 설득한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