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화제작 엄마役…전 세계 시청자 '눈도장'
환갑 넘어 늦깎이 스타덤…'제2의 윤여정' 별명도
연극무대서 굵은 잔뼈…"난 배우밖에 못 하는 사람"
이미지 확대
Kang Ae-sim arrives at the premiere of the second season of "Squid Game" on Thursday, Dec. 12, 2024, at Los Angeles City College in Los Angeles. (AP Photo/Chris Pizzello) 121224131189, 21334631,
(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전문직에 종사하는 당당한 엘리트 여성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멜로 연기도 잘할 자신 있습니다."
중견 배우 강애심(62)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어머니, 할머니 역을 주로 맡았는데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커리어우먼 역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강애심은 근래 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화제작에서 '엄마' 역할로 단숨에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독보적인 개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환갑이 넘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제2의 윤여정'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여전히 그 흔한 소속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없이 '독립군'처럼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해외 무대 포토월에 서면서도 스스로 '세계적인 스타'라고 되뇌며 긴장감을 떨쳐 냈다고 회상했다.
뒤늦게 스타덤에 올랐지만, 업계에선 진작에 능력을 인정받은 배우였다. 연극에서 시작해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로 연기 반경을 넓혀가며 40여년간 100편이 훌쩍 넘는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이미지 확대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공연장에서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지난 200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김동훈연극상을 안겨준 '다윈의 거북이'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애심의 대표작. 그러나 200여년을 살며 인간으로 진화한 거북이 해리엇 역은 베테랑 연기자인 그에게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강애심은 "거북이 등껍질을 짊어지고 긴 독백을 이어가다 보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달팠지만 그만큼 행복한 기억"이라고 회고했다. 실제 거북이 동작을 찾아보기도 하고, 자신이 캐릭터에 녹아드는 경험을 하며 배우로서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전공한 유아교육학도 아동극, 가족극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미지 확대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섯살 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고 하루 종일 뮤지컬 넘버들을 흥얼거렸다는 강애심은 이후 교내 합창단·성가대에서 노래 실력을 갈고닦았다.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베르나르다 알바' 등 뮤지컬 무대에서 수준급 가창력을 뽐낸 것은 이때 다져진 내공 덕분이다.
강애심이 생각하는 연극의 최대 매력은 '관객'이다.
그는 "기운 절반 이상을 관객이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며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에 관객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매체 연기는 아직도 어렵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강애심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2.9 scape@yna.co.kr
그럼에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K엄마 전문 배우'라고 불릴 만큼 찰떡같이 배역을 소화해내는 비결을 묻자 "엄마라는 단어만 같을 뿐 다 다른 사람이기에 그들의 '전사'를 떠올려본다"고 귀띔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상대방의 대사를 잘 들으라는 정도.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깨달아야지 정답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온종일 연기만 생각하고 머릿속에는 연극밖에 없다는 그 역시 대본을 외우다가 버스·지하철에 모자나 선글라스를 두고 내린 적이 다반사일 만큼 지독한 노력파로 유명하다.
"남들이 대본을 열 번 읽을 때 스무번, 서른번 읽고 백번 읽을 때 천번 읽어야 할 만큼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강애심은 자신을 '배우밖에 못 하는 사람'이라 칭하며 겸손해하면서도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미지 확대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강애심은 개인적으로 지난 몇 년간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3년 전 자식처럼 키우던 반려견이 죽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마저 뇌출혈로 쓰러진 것.
"처음엔 자기 연민에 빠져 정말 힘들었지만 108배를 하며 버텼고, 지금은 좀 단단해졌다"는 그는 "누군가 정말 힘겹다고 말한다면 '3년 정도만 견디면 된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담담히 밝혔다.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월드클래스 신스틸러'로 우뚝 선 강애심은 "그래도 연극이 최우선 순위"라고 말한 뒤 "젊은 작가·연출가의 연락을 기다린다"며 활짝 웃었다.
sunny10@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0일 07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