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LLECTUAL VIEWS] 서비스경제 전환과 자본시장 도약 위한 기업 무형자산 공시제 도입 필요하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4/02/news-p.v1.20260402.c3b1d7e6a9e54f74b0541c9be25147b2_P3.png)
대한민국 경제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기반이지만, 글로벌 경제 흐름은 이미 서비스와 무형자산 중심으로 이동했다. 기업 가치는 더 이상 공장과 설비가 아니라 기술, 데이터, 브랜드 그리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 역량에서 결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자본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업 공시 체계는 여전히 유형자산과 과거 실적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재무제표는 기업 안정성과 수익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술과 지식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 핵심 경쟁력인 무형자산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저평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에서는 구조적인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 기업은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고, 투자자는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투자 결정이 보수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혁신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기업의 무형자산, 특히 지식재산(IP)을 포함한 공시 체계 정비다. 이는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정보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작업에 가깝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데이터 그리고 그것이 실제 사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다 체계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면, 투자자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무형자산 공시가 정착될 경우 기대되는 변화는 분명하다. 첫째, 정보 비대칭이 완화되면서 자본시장 신뢰도가 높아진다. 투자자는 기업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 성장성에 대한 판단 근거를 확보하게 되고, 이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기업가치 평가 정밀도가 높아진다. 기술과 혁신 역량이 적절히 반영되면서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강화된다. 셋째, 장기 투자 기반이 확대된다. 단기 실적이 아닌 구조적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투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도 직결된다. 지금까지는 정보 불충분성과 불투명성이 외국인 투자자 신뢰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무형자산 공시가 제도화될 경우, 기업 가치가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고 글로벌 투자 기준과 정합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는 국내외 자본 유입 확대와 함께 시장 전반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주식시장 규모 확대와 질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는 시장에서는 혁신기업이 성장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보다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면,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지수 수준의 획기적 상승 또한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제도 도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기업 부담 증가, 영업비밀 노출 우려, 평가 기준 표준화 문제 등이다. 그러나 이는 제도 필요성을 부정할 이유가 아니며, 이미 시행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 사례를 검토한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과제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정보 공백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큰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 지식서비스 분야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과도한 직역 이기주의 출현이다. 기업 공시를 지원하는 업무를 두고는 특정 전문 자격자들이 자신들의 고유업무라고 주장하고 더해 입법을 통해 독식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행태가 예상된다. 기우이길 바란다. 감히 조언컨대 서비스 수요자 선택권을 제한하지 말고 각자가 전문성을 살려 기량을 발휘하면서 수요자 선택을 받는 시장경쟁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시장과 산업을 살린다.
인공지능(AI)이 접목된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변화에 맞는 자본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기업의 무형자산 공시는 그 출발점이다. 보이지 않던 가치를 드러내고, 시장이 이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이성상 목원대 자율전공학부 교수·목원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s2t2@mokwon.ac.kr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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