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서두름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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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짧은 시간 안에 더 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은 직장인들을 지치게 만든다. 5만6000명 이상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조사 결과, 응답자의 45%는 지난 1년간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직장에서 변화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느꼈다.

이처럼 끝없는 속도전은 ‘서두름 증후군(hurry sickness)’, 일명 조급증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는 1974년 심장병 전문의 마이어 프리드먼과 R H 로젠먼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공식적인 의학 질환은 아니지만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만사에 서두르고 참을성 없이 구는 행동과 감정을 의미한다.

조급증은 신체적, 정신적 소진을 불러온다. 일에 쫓기며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수면과 휴식 등 기본적인 자기 관리에 소홀해진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면역력이 약화되고 감염성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조급증으로 인한 불안과 만성 스트레스는 고혈압, 두통,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업무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고민 없이 결정을 내리거나 서두르다 실수를 범하기 쉬워진다. 또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인간관계도 삐걱거린다. 주변 사람이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면 쉽게 짜증을 내거나 상대방의 업무 능력을 불신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팀워크를 약화시키고 협업을 어렵게 만들어 팀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조급증의 복합적인 영향은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조급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로를 조장하는 업무 문화, 끊임없는 조직 변화 등이다. 따라서 조급증을 해결할 책임은 궁극적으로 기업에 있다. 하지만 개인 스스로 조급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우선, 자신의 조급증을 깨달아야 한다. 조급증을 감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조급증 자체가 조직에 대한 기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자. 혹시 모든 일이 긴급하게 느껴지고 항상 서두르는가? 늘 시간이 부족하고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인내심이 부족하고 쉽게 짜증을 내며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휴식이 불편하며 일이 끝날 때 가장 큰 만족을 느낀다면 조급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완벽주의, 인정 욕구, 성과 지향성이 강한 사람의 경우 조급증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속도를 낮추면서도 충분한 성과를 내려면 다음과 같은 조언을 따라야 한다. 우선,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과 지나친 긴박감을 줄여야 한다. 일정에 완충 시간을 확보하면 예기치 않은 업무에 대응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속도를 늦췄을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목록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충분한 수면 시간, 가족 및 친구와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긴장감이 줄어든 편안한 일상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이를 손으로 적어 보면 더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갖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불필요한 일을 걸러 낼 수 있다. 이처럼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져올 혜택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면 ‘항상 바빠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현재 맡고 있는 일들을 꼭 내가 해야 하는 일인지,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인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인지, 내가 맡을 필요가 없는 일인지를 기준으로 분류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이 많아질수록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명심하라. 따라서 새로운 일을 요청 받을 때는 일정뿐만 아니라 일의 타당성도 고민해야 한다.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인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라. 새로운 요청을 수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적어 보는 것도 속도를 늦추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급증이 뿌리 깊이 박혀 있어 혼자서 조절하기 어려울 경우 심리상담사, 경영 코치 등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혹은 서로의 속도를 점검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빨리, 더 많이’가 미덕이 되는 문화 속에서 업무와 개인 생활의 경계는 점점 흐려진다. 그 결과 서두름 증후군이 우리의 일상에 교묘하게 스며들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인간 관계를 소원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다.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속도를 늦추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당신의 동료, 고객, 사랑하는 이들까지도 그 결정을 지지할 것이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당신도 서두름 증후군인가요’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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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디 윈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육대학원 선임 연구원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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